[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개최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이 공개되면서 향후 동북아 안보에 미칠 파급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정상이 ‘확장 억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핵 선제 불사용’ 구상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핵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핵무기 선제 불사용’ 구상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인해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접었다는 관측이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 임기동안 마지막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 억제’가 언급되면서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확장 억제’란 미국이 공격받을 경우 방위 차원에서 펴는 억제 전략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가 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은 물론 재래식 전략 자산,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이 총동원된다는 의미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개최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이 공개되면서 향후 동북아 안보에 미칠 파급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연합뉴스

당초 한미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문 초안에 ‘확장 억제’란 말은 없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확장 억제’를 언급했고, 박 대통령도 똑같이 언급했으므로 북한의 도발이 감지될 경우 미군이 핵으로 북한 핵기지를 타격할 때 우리가 용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한미 정상이 공개적으로 ‘확장 억제’란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고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매우 의심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미국이 본토 수준의 방어 체계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우리 정부도 이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동맹국가에 적의 공격 징후가 뚜렷할 때 미국이 자국 본토 방어에 사용하는 B52, B1, B2 등 전략폭격기를 총동원시켜 동맹국에게까지 확장시켜 방어하는 것”이라며 “일단 방어에 나서면 적의 핵심기지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이어 “미국은 지난 9.11테러 이후 전략전술 개념에 ‘선제 타격’(Preemptive Attack)을 포함시켰고, 이 전술에 따르면 ‘적이 공격할 만한 확실한 징후가 있으면 실제 준비 단계에서라도 선제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또 “우리도 이미 한미합동훈련 때 참수작전, 내륙작전을 진행해왔고, 이런 전략도 모두 확장 억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적의 공격 가능성이 명백하고 이를 그냥 둘 때 우리에게 재앙이 되는 것이 명확하다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선제 불사용’과 관련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이 구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핵무기 선제 불사용’ 선언이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면, 동아시아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만 강화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송 교수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러와 방중 계기에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에 대해 호평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서 사드 이슈를 놓고 격론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뢰밭을 피해가는 식으로 잘 마무리됐다”며 “그래서 사드 이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묻어뒀으니 앞으로 썩어서 없어질 수 있을지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 교수는 “이번에 중국이 한국과 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했고, 앞으로 한중관계를 잘 발전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다고 우리 안보 문제를 북한과 특수관계인 중국의 결재를 받고 할 수는 없는 일인 만큼 이번에 한미 정상이 사드배치의 필요성에 단호한 목소리를 낸 것은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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