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법인이 그 동안 해왔던 인수합병(M&A) 중개업무를 규제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자와 만나 “회계법인이 해온 M&A 중개업무를 규제하는 것은 증권사의 밥그릇 빼앗기 시도”라며 “결국 외국계 증권사에 M&A 중개업무를 모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규모가 조단위까지 달하는 M&A 중개업무에 대해 아무런 인허가제를 두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회계법인이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그런 규제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윤승한 공인회계사회 부회장도 “M&A는 주식이 이전되는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권을 얻기 위해 실사와 세무, 법률문제 해결 등을 ‘원스톱’으로 종합적으로 처리해줄 필요가 있다”며 “아직 기업 실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증권사가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고 자칫 이 과정에서 비밀이 새나가 거래가 무산될 우려가 있어 기업들이 증권사를 찾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 회장은 “회계가 바로서야 경제가 바로 설 수 있다”면서 회계사 수임제도에 대한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공인회계사는 경제의 파수꾼”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아쉬웠던 점은 산업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회계정보만 나왔으면 이미 몇 년 전에 구조조정 타이밍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의혹 등 최근 회계부정 행위가 기업과 외부감사인 간의 자유수임제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업의 감사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회계감사는 최고경영자(CEO)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라고 할 수 있는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소비자, 정부를 위한 것”이라며 “외부 감사가 가진 공공서비스로서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회사와 외부 감사인, 이용자 사이의 이해 상충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성을 무시하고 회계사를 선임하다보니 이해상충이 생긴다”며 “기업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감사비용을 기업부담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는 주주자산을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지정감사는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개입이 시장질서에 위배된다고 하는 것은 초보적인 이야기”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기업과 회계업계, 감독기관이 함께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방안을 논의에 착수했다. 회계 투명성 강화방안은 11월 중 최종방안을 내놓고, 연내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