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따르자니 고객 불만 커져…전용창구 만들고 '느린 ARS' 서비스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노년층 고객을 놓고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모바일 추세를 강화하자니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힘든 노년층 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와중에도 실버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계속 늘리고 있다. 노년층의 경우 자금력 있는 고객들이 많은 만큼 당분간 이 경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어르신 금융상담 창구를 전국 820개 지점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 창구에는 특별히 영업에 일가견이 있는 베테랑 직원들이 배치돼 노인 고객들에 맞는 상품을 소개한다. 신한은행 또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 고객 투자상담 창구'를 개설해 영업점 상담창구, 혹은 프리미엄 라운지 등에서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 지점 내 사라졌던 '의자'가 부활하는 등 노년층 고객 공략을 위한 은행들의 전략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디어펜


기업은행은 각 지점 내 사라졌던 '의자'를 점차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담을 받는 노년층 고객들의 피로도를 줄여주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서울 독산동, 공항동, 수색동, 마들역, 약수동 등 5개 지점에 '어르신 창구'를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창구에는 노령층 고객들을 위한 상품을 모아놓고, 노인들이 읽기 쉽게 큰 글씨로 작성된 안내장과 돋보기안경도 함께 배치된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에 의자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실버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됐다"면서 "내방 고객에서는 노령층 비중이 높은 만큼 노인들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어르신 창구'의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이미 ARS에서도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고령자가 ARS를 이용할 경우 고령자 전용 서비스가 있음을 안내해 곧바로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은행들이 노년층 고객들을 위해 '느린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은행권의 움직임은 일면 '핀테크' 시대와는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한 모바일 서비스 확산으로 은행권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2년 4720곳에서 작년 4311곳으로 9%나 줄었다.

자연스럽게 최근의 은행권 마케팅은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테마로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어차피 청년층 고객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앱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완벽하게 적응했기 때문에 굳이 영업점을 찾는 사례도 많지 않다. 

작년 우리은행은 청년들을 위한 점포였던 '스무살 우리 이대점'을 폐쇄하는 결단을 내렸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2012년 기준 41개까지 존재했던 대학생 특화점포를 현재 9개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대학생 점포는 주로 계좌개설 위주라 전용 점포까지는 필요가 없고, 모바일앱이나 카카오페이 등의 확산이 워낙 빨라 오프라인 점포까지 낼 필요는 없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층을 환대하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은퇴금융 영업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농협금융이 내놓은 'NH ALL100플랜', 하나금융의 '행복노하우', KB금융의 '골드라이프' 등이 바로 각 은행들이 은퇴상품에 대한 종합관리를 하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들이다. 이들 서비스는 은퇴예금, 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 등 실버고객들의 은퇴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아직은 부유층 고객들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버고객들의 내방이 활성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적은 고객들에게도 서비스가 확산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점포에는 노령층 고객 내방이 확실히 많은 만큼 어르신 창구 등을 내심 '은퇴금융의 블루오션'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시중은행 PB부문 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시니어 고객들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부족해 상품추천이 일률적인 측면은 있다"면서 "실버 고객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노년층 고객을 응대하는 '빅데이터' 수립의 전초작업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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