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법 개정돼 선임요건 까다로워져…"경쟁 더욱 치열할 것"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올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은행권 CEO와 사외이사들이 잇따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화제가 집중되고 있다. 법안 개정에 따라 CEO‧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위한 요건은 까다로워졌지만 권한은 여전히 막강해 내년 초까지 '금융권 인사 태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우선 이광구 행장의 경우 '연임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추천된 사외이사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우리은행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 오른쪽) 등 금융권 CEO와 사외이사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

권선주 행장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성공적으로 임기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은 낮다. 기업은행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었거니와 권 행장 본인도 연임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권 행장처럼 내부 인사가 승진돼 행장이 될 것이냐 외부 인사가 선임될 것이냐다. 전임 조준희 행장과 현임 권선주 행장에 이어 세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이 배출될 경우 기업은행의 '내부 승진 행장'은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어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존재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KB지주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신임 행장이 들어설 때가 됐다는 의견도 많다. 현대증권 인수 등으로 비은행 계열사 비중이 올라간 만큼 은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문제는 '낙하산 논란'이다. 한때 국민은행장 후보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내정됐다는 '설'이 떠돌면서 금융노조가 지난 1일 반대 취지의 성명서를 내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현임 한동우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한 회장은 이미 연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상태라 회장 교체는 확정적이다. 통상 지주 회장 임기만료 3∼5개월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임 작업을 시작하는 만큼 오는 11월경부터 본격적인 하마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경쟁 구도가 유력하다.

한편 신한‧KB‧하나‧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5대 은행권 사외이사 33명 중 26명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신한금융의 경우 9명 중 6명, KB금융은 6명 전원, 하나금융은 8명 중 7명, 농협금융은 4명 중 3명, 우리은행은 6명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한 가지 변수는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다. 이 법은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특정 금융회사와 총매출 10% 이상 단일계약 체결 등 주요 거래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은 해당 금융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를 이끌며 모든 주주총회 승인 사항과 대표이사 선‧해임 등을 의결하는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은 반드시 사외이사 중에서 해마다 선임하도록 규정했다.

덧붙여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금융회사의 낙하산 인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법안(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회사 임원 자격요건에 2년 이상의 금융회사 근무경력 등 전문성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회사 임원 선임요건은 보다 까다로워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원‧사외이사의 선임요건은 까다로워졌지만 권한은 늘리는 방향으로 '판'이 바뀌었다"면서 "사외이사직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과열 양상도 다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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