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과잉규제'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대출희망자들의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집단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다. 우선 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가 기존 1인당 최대 4건에서 내달부터 2건으로 제한된다. 뿐만 아니라 양사가 현재 100%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하고 있는 비중을 90%로 조정해 나머지 10%는 은행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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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디어펜 |
이는 지난달 8‧25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면서 예견된 내용이지만 당초 계획보다 시행 시기가 앞당겨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에서 8‧25 후속조치에 대해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 역시 "과도한 투기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당국의 문제의식이 상당히 강력하다"며 조기 시행의 취지를 설명했다.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일일이 따지지 않았던 대출자의 '개별소득' 심사가 강화된 부분도 은행들 입장에선 작지 않은 변화다.
집단대출이란 말 그대로 분양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에 대해 집단 단위로 취급되는 대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대출자의 개별 소득까지 세밀하게 따지지는 않았다. 지점 추천서 첨부 등으로 해당 과정을 대신하거나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만 대출을 거절하는 식이었다. 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출자 소득을 따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무려 41.3%에 달한다.
오는 11월 무렵 세칙개정을 통해 중도금대출자의 소득자료 확보가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라는 방식을 취해 은행들이 즉시 소득서류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상환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 대출희망자에 대해서는 대출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회사들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업무 효율성 면에서도 타격을 입지만 진짜 속내는 수익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집단대출이 장기고객을 확보하는 채널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무거워진 '족쇄'가 상당히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강화가 '과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집단대출에 대해) 개별소득을 따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안전장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집단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보증 외에도 시공사(시행사) 연대보증에 토지를 담보로 잡는 과정까지 거쳐 3중의 안전장치가 걸려 있다.
이 관계자는 "(소득 관련 규제강화로 인해) 이론적으로는 집단대출이 축소될 것 같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어차피 은행이 돈을 떼일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가운데 '고객확보'의 채널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규제강화가 은행들의 업무 효율성을 낮추고 대출희망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 채 실효성 측면에선 별 성과가 없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집단대출 이슈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무려 76%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절반 가량이 집단대출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정책 목표가 집단대출을 줄이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는 만큼 이번 행정지도에 은행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인상을 줄 경우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당국이 소득심사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지침으로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측은 "현 시점에서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줄여나가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며 추가 규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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