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국내에서 사드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물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미국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미국에 공식 방문해 6박8일간 일정을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한 정 의장은 13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과 면담자리에서 “야당이 사드배치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국민과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결정했다는 것을 야당이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수 국회의장 대변인은 이 발언에 대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 사드배치가 중요하다”는 라이언 의장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은 또 15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도 “한미동맹이 한국에는 사활적 요소”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은 매우 성공적인 동맹이었지만, 한미 양국이 협력하여 한반도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성공적인 동맹은 없을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손발을 맞추어 주변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관여시켜 통일의 과정을 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정 의장의 발언은 지난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를 결정한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아 당시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일을 상기시켰다. 당시 정 의장의 발언은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은 물론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외교’차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았었다.
그랬던 정 의장이 이번 미국 방문 중에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사드배치 반대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야권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면 당장 큰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왔으므로 의아할 뿐이다.
정 의장뿐 아니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동안 “무능한 박근혜 정부”라며 중국·러시아와 정면승부를 펼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힘 빼기마저 시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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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날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배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친정'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단상 밑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 때문에 정 의장이나 야당 대표들이 미국에서 하원의장과 마주했을 때 주한미군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나갈지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그동안 야권이 사드 반대를 위해 국내에서 보여온 모든 일들을 까맣게 잊은 듯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귀국 일성으로도 “미국에서 든든한 한미공조를 확인했다”고 말해 오락가락 미국관을 보였다.
이번에 동행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굳건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여러 의견을 두고 여야가 논쟁을 하더라도 한미 안보동맹과 경제협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외교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한미관계를 국내정치용으로 전락시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일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번 방미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 중 “한미FTA는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도 양국에 이익이 됐고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5년 전인 2011년 민주당이 한미FTA의 재재협상을 요구할 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 균형이 깨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의장은 이번에 방미 중에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땄고, 1980년대엔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30대를 보냈다. 미국에서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봤을 텐데도 그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에는 진실에 침묵한 채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한미FTA를 반대한 일이 있다.
그동안 야당 지도부가 사드 반대를 외칠수록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보다도 국내 야당이 더 비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올해에만 벌써 두번째 5차까지 핵실험을 끝내고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한 방향으로 압박 기조를 모아가는 가운데 유독 남한의 야당만 대북정책에서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13년 전 특검 불발로 끝난 대북송금 전모를 이번에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주장이다. 지난 12일 한국자유총연맹은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김경재 총재는 “박지원을 당장 국회 청문회장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개발 사실을 알고도 4억5000만달러를 송금했다면 여적죄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있다.
지난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이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당초 입장을 바꿔 당의 공식 방문이 아니었다며 방중 결과 보고서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여야 3당 원내대표 방미 이후 국민의당 내부에서 사드배치 반대 노선을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석민심을 확인한 야당 스스로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우물 안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야당의 다음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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