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권 취업 박람회인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네요."
은행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대 구직자 서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당국 후원 하에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이 주최한 창업‧일자리 박람회가 개최된다고 해서 찾아왔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 박람회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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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권 협회와 정책금융기관, 주요 시중은행 등 총 19개 금융기관이 주최하는 금융 창업‧일자리 박람회가 개최됐다.이곳을 찾은 취업자들이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미디어펜 |
그래도 서씨에겐 취업에 대한 실망보다 기대를 키운 기회였다. 금융개혁을 통한 새로운 금융권 직업을 알게됐으며 고용노동부의 취업창업 지원제도를 알게돼 또 다른 취업성공 열쇠를 얻게 됐다. 특히 금융권에서 추천하는 우수 중소기업과 핀테크, 기술금융을 통한 미래형 기업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서씨는 "비록 내가 원하던 박람회는 아니었지만 뭔가 얻어가는 계기가 됐다"면서 "내가 원하는 은행 취업이 아니더라도 금융관련 핀테크 기업들을 알게 되서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
2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권 협회와 정책금융기관, 주요 시중은행 등 총 19개 금융기관이 주최하는 금융 창업‧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부터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와 만기전역을 앞둔 군인 그리고 학생들이 박람회를 찾아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박람회는 금융당국의 모토인 '금융개혁'을 취업난 해결의 실마리로 삼는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즉 금융기관들이 단순히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우량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취업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실업난 해소에도 전방위적인 협조를 한다는 개념이다.
행사를 후원한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 성장사다리펀드, 크라우드펀딩 등 자금조달 방법이 빠르게 선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개혁은 실업난 해결과도 연결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다수 회사들과 채용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연결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서씨와 같이 금융회사 취없을 원했던 다른 참가자도 같은 반응이었다. 몇몇 중소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해 보고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구직자 입장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불안감이 있게 마련인데 금융기관들이 '인증'한 회사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시야를 넓혀서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가져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총 261개로 금융권과 비금융권을 망라해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실제 채용을 진행한 기업도 161개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술금융 66개, 성장사다리펀드 14개, 크라우드펀딩 10개, 핀테크 9개, 우수기업 62개 등 주로 중소기업들이 참여했다. 100여 곳의 간접참가 기업들도 안내책자나 박람회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구직자를 찾았다.
이날 박람회의 채용목표 인원은 현장 700여 명을 포함해 총 1130명에 달했다. 구직 중개기업 인크루트의 한 담당자는 "박람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오늘 행사의 경우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날 채용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는 오후 2시경 신입사원을 다 뽑고 부스를 일찍 마감한 경우도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서씨와 같은 대졸예정자 뿐 아니라 전역을 앞둔 군인들과 고등학생들도 부대와 학교 단위로 행사장을 찾았다.
참가 병사들을 인솔한 최모 중위(27)는 "올겨울 전역을 앞둔 병사들의 경우 당장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박람회로 전역 후 계획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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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박람회장에서 채용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는 오후 2시경 이미 신입사원을 다 뽑고 부스를 일찍 마감한 경우도 있었다. /미디어펜 |
한편 구직자를 찾는 회사 중 12개 기업은 채용박람회 사상 최초로 가상현실(VR) 채용관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VR 단말기와 이어폰을 착용하면 기업의 근무환경을 가상현실로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했다. 구직자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CEO‧취업컨설턴트의 취업 특강도 수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면접을 본 대학생 정보윤(24)씨는 "마지막 학기라 취업 부담이 너무 커서 학교 홈페이지보다 취업정보 공유카페에 훨씬 자주 들락거린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도 여러 채널을 통해 취업 지원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이날 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취업자 뿐 아니라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사업아이템에 대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함께 창업 지원기관 '디캠프' 입주심사 서류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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