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예탁원‧캠코 등 CEO 임기만료…'낙하산' 논란 불가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기관장‧공기업 사장 등 금융기관 수장들의 임기만료가 잇따르는 가운데 낙하산 논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 하마평에 거론되는 인물들 중 상당수가 현 정권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라 관치금융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불가피해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연말을 전후로 기업은행‧우리은행‧예탁결제원‧자산관리공사‧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은행‧금융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후임 인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 오른쪽) 등 주요 금융기관 CEO들이 올해 말 잇따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


우선 올해 12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로서 훌륭하게 임기를 수행했다는 평가 속에 '연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권선주 행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력하게 힘을 받았지만 결국 정치권으로 가지 않은 건 기업은행장 연임 가능성을 어느 정도 마음에 둔 게 아니냐는 짐작도 나온다.

후임 기업은행장 하마평에 거론되던 정찬우 금융위원회 전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새 이사장직에 단독 추천되면서 '권선주 연임설'은 다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권 행장의 연임이 불발된다 하더라도 기업은행 내부의 인사가 은행장으로 되길 바라는 눈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반드시 권 행장 연임은 아니더라도 조준희 전 행장과 권선주 현 행장의 뒤를 이어 내부 승진 사례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 은행권 안팎에서는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하마평이 오르내리면서 낙하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 전 수석 역시 기업은행장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보도 역시 복수의 매체에 의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장을 받는 자리기 때문에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는 우려가 많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경우 이미 '연임설'에 무게가 실려 있다. 특히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흥행하면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이번에 과점주주 방식으로 절차를 변경하면서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과 보고펀드, 오릭스 PE 등 18개 투자자가 예비 입찰에서 인수 의사를 밝히는 '대박'을 냈다. 이광구 은행장이 밤낮으로 국내외 IR을 다니면서 매각에 힘썼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이광구 은행장의 임기가 연장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과 관련해 이사회 구성에 따라 은행장 방정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의 후임도 금융권의 관심사다. 현재 후임을 정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결국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 타 기관장에 비해 처우가 그다지 좋지 않은 보직인 만큼 낙하산 오명을 감수하면서 사장직에 지원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나온다.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과 함께 임기가 끝나는 홍영만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의 후임도 낙하산 가능성이 높다. 캠코는 지난 달에도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던 송창달 그린비전코리아 회장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휘말렸다. 후임이 정권 주변 인물로 인선될 경우 거센 논란이 한 차례 더 예고된다. 현재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차기 사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관료 출신이 신임 이사장으로 오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지만, 서근우 이사장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민간 출신 CEO를 맞게 될 전망이다. 신보는 지난 23일 차기 이사장 공모를 마감하면서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 한종관‧권태흥‧권영택 전 신보 전무 등 8명이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황 전 사장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2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용환 농협지주 회장의 후임으로도 '정권 말 낙하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KB지주와 국민은행 CEO를 윤종규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KB 또한 국민은행장 선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정권말 낙하산의 목표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어 그룹 내부에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