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던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이 사장이 임직원에 전례 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유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내정되면서 언제 떠날지 모르게 돼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예탁결제원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고 후임 사장 인선 작업 진행을 시작했다. 임추위 구성 이후 후보자 공모와 주주총회 의결, 금융위원장 승인을 거쳐 후임 사장을 최종 선임하게 된다.

   

그렇지만 AIIB로의 정확한 출근 날짜가 잡히지 않은 관계로 예탁결제원 측은 최대한 유 사장이 자리를 지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유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11월 27일이지만, AIIB행이 결정된 이후에는 사실상 자리만 지키고 있는 상태다. 내일이라도 당장 AIIB로 떠나면 그 기간만큼 사장 자리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지난 22일 이사회에서는 임추위만 구성된 상태여서 아직 후임 사장 후보의 윤곽은 드러나고 있지 않다. 다만, 유 사장과 마찬가지로 고위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것만큼은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예탁원결제원 관계자는 “임기 두 달 전에 구성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내외에 사장이 바뀐다는 것을 공식화 하는 임추위를 유 사장에 어렵게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일단 시기상으로는 구성이 적절하게 잘 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으로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현직 고위 관료들은 연봉이 크게 높지 않은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사장 선임절차가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유 사장이 받은 연봉은 2억5800만원으로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3억2900만원)이나 권선주 기업은행장(3억7200만원) 등에 크게 못 미쳤다.

현재는 이병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후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알려졌던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런 가운데 유 사장이 11월 초에 자리를 비운다는 얘기가 돌면서 예탁결제원은 사장 인선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예탁원결제원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이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10월말이나 11월초에 AIIB로 자리를 옮긴다고 회사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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