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산별노조들의 파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은행권의 경우 '세대'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 직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면 중장년층은 부정적이다. 금융노조는 11월 중에도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는 등 '강공' 일변도인 가운데 정치권도 노조 지원사격에 나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확산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이 세대별로 간극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경력이 길지 않은 젊은 직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과연봉제에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반면 중간급 이상 임직원들의 반응은 '반대'에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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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산별노조들의 파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은행권의 경우 '세대'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펜 |
이와 같은 간극은 은행권 업무가 비대면‧모바일 등 신기술을 도입을 계기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것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은행 업무가 급속히 자동화되면서 정보통신(IT) 계열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A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직원의 경우 "최근 들어 은행 전사적인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업무들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직원들이 더 잘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젊은 직원들 중에선 '고생은 우리가 더 많이 하는데 보상은 부족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젊은 직원들의 이러한 여론은 지난 23일 감행된 은행권 총파업에서 일정 부분 '현실'로 드러났다. '10만 조합원 총결집'을 호언했던 금융노조 측의 전망과 달리 실제 참가자는 전체의 15% 수준인 2만 명 내외로 저조한 참석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행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30대 시중은행 A대리는 "당국에서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점에 대한 심리적 반발은 있지만 성과연봉제 확산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윗선 눈치 보느라 집회에 못 나간 경우도 있겠지만 내심 파업까지 할 정도로 강경한 노조 측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0대 이상의 고참급 행원들은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B팀장은 "은행업은 개인보다는 조직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직종"이라면서 "현재 젊은 후배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심정을 느끼면서 성장해온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느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참급 직원들의 경우 성과연봉제 확산으로 인해 자녀 교육비 등에서 받을 타격에 심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23 총파업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은행권 내부의 세대 차이를 노출했을 뿐 아니라 노사 간의 대응방식에도 차이를 불러왔다. 총파업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한시름 놓고 성과연봉제 추진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은행연합이 내놓은 "동일 직급간 연봉 차등폭 최대 50%" 원칙의 가이드라인도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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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 조합원 총결집'을 호언했던 금융노조 측의 전망과 달리 지난 23일 감행된 총파업 실제 참가자는 전체의 15% 수준인 2만 명 내외로 저조한 참석률을 보였다. 특히 젊은 행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미디어펜 |
금융노조 측은 파업 이후 더욱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총파업 투쟁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어 '10월 초 대규모 집회 개최'와 '11월 중 2차 총파업 돌입' 원칙을 재확인했다.
금융노조 측 관계자는 "29일 여의도에서 있을 대규모 공공부문 총파업 결의대회는 물론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공공연맹 등의 총파업에도 금융노조가 적극 연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임하는 야권 역시 '노조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7일 국회도서관과 국회입법조사처와 함께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성과연봉제 전면도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박 의원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연봉제를 금융개혁 1순위 과제로 내세우는 순간 관치금융의 재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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