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을 두고 계속해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7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6일 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 회의를 열어 '청탁금지법 시행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8일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김영란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보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에는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등 12개 부처 차관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박경호 권익위 부위원장이 법 적용을 두고 기존의 입장과 다른 말을 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주는 게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사회상규상 허용이 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지금까지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음식물·선물은 성적 평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원천 불가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박 부위원장은 "학생이 선생님에게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당연히 되는 것"이라며 "어제 차관 회의에서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사회상규상 해온 일인데 처벌가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캔커피를 주는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목적을 갖고 주는 것은 안되지만, 그냥 주는 것은 괜찮다"며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법 취지는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선 부처에 즉각 혼란을 가져 왔다.
교육부의 김영란법 담당 부서인 민원조사 담당관실은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주는 게 허용되는지에 대해서 다시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부처 차관은 "권익위 부위원장이 언론에 나온 것과 다르게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의 발언 역시 혼선을 빚고 있다.
성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수가 학생에게 캔커피를 받기만 하면 불법인가"라고 반문하며 "성적 평가철에 받았다면 몰라도 사제지간의 정으로 준 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제지간의 정으로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권익위 내 김영란법 관련 실무자들은 여전히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선물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학교 교사에게는 아무리 소액이라도 선물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카네이션을 허용하기 시작한다면 꽃 한 송이를 허용할 것이냐, 한 다발을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제각각이고, 커피 한 잔을 준 학생의 성적이 잘 나왔다면 커피 때문에 성적이 잘 나왔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 "이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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