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국내 대표적 폭력조직으로 손꼽혔던 '범서방파' 부두목급 최모(50)씨가 11일 경찰에 구속됐다. 이로써 범서방파 간부급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범서방파는 1970년대 폭력조직 생활을 시작한 김태촌(2013년 1월 사망)이 두목이었던 대규모 폭력조직이다. 

1970년대 중반 광주를 본거지로 한 서방파 행동대장으로 조폭 세계에 발을 들인 김태촌이 서울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조직했다. 80년대에는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다.

범서방파를 비롯한 초창기 폭력조직은 고유한 사업 영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했다. 유흥업소 등을 갈취하고, 조직 간 이권 다툼이 생기면 대규모 난투극이나 칼부림을 벌여 상대 조직을 제압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이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에 나서자 지하로 숨었다.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외관상 합법으로 보이는 사업에 가담해 경영권을 가로채는 등 지능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범서방파는 2000년대 후반까지 조직 간 세 과시와 난투극이라는 '고전적' 조직 운영 방식을 버리지 못하다 결국 수뇌부가 와해되고 말았다. 2009년 11월 부산 '칠성파'와 벌인 '강남 흉기 대치극 사건'이 결정적 계기로 손꼽힌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범서방파 고문 나모(50)씨 간 사업 문제로 다툼이 벌어져 정씨가 칠성파 조직원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범서방파를 상대로 한 '전쟁' 준비를 했던 것.

이 사실을 안 범서방파도 조직을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결국 11월 12일, 강남구 청담동에서 범서방파 150명과 칠성파 80명이 회칼과 각목 등을 들고 살벌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경찰이 범서방파 수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 

경찰은 나씨를 비롯한 핵심 간부를 차례로 잡아들였고 최씨를 끝으로 간부급을 모두 잡아들였다.

칠성파와 대치극의 장본인이었던 나씨는 작년 10월 붙잡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조직 내 지위는 고문이었으나 실제로는 김태촌 사후 그의 '후계자'로 통하며 사실상 두목 행세를 해왔다.

한편 경찰 수사를 받던 부두목 정모(51)씨는 올 9월 중국 마카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 정도로 재산이 많았지만 경찰이 수사망을 죄어오자 처벌이 두려워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결국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경찰은 범서방파가 더 이상 조직 차원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올 7월 말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은 전국 210여개파 52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