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위 진압용 살수차에 소화전 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이래 처음으로 경찰의 협조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나왔다.
13일 국회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실이 공개한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 간의 공문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8일 백남기 투쟁본부 집회를 대비한 경찰의 소화전 사용 협조 요청에 '불허' 통보를 했다.
박 시장은 앞서 국정감사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을 쓰러지게 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 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시위 진압용으로는 물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들어서 이달 8일을 포함해 4월 세월호 2주기 문화제, 6월 범국민대회, 지난달 전국 농민대회 등 총 9번의 옥외 소화전 사용 협조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앞선 8번의 협조 요청에 대해 종로소방서는 "소방기본법 제16조의2 제1항 제3호에 따른 집회·공연 등 각종 행사 시 사고에 대비한 근접대기 등 지원활동이 가능한 것은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면서 경찰의 소화전 사용을 허가했다.
다만 "소방용수시설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화재 등 소방, 재난 상 긴급한 상황과 필요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설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원실은 지난해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문화제에서는 경찰이 종로소방서 측에 협조 요청도 없이 마음대로 물을 가져다 썼다고 밝혔다.
의원실은 "종로소방서가 종로경찰서의 협조 요청 공문을 접수한 것은 4월 20일이었고, 회신을 보낸 것은 4월 24일"이라며 "물을 다 사용하고 나서야 관할 소방서에 협조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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