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결국 2년 2개월 만에 또 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기로 했다.
팬택은 25일 중장기적 생존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며, 워크아웃 추진을 공식화했다.
팬택이 두 번째 워크아웃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은 치열한 IT산업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워크아웃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생존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외부투자유치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팬택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 추진은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중장기적인 생존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술력과 품질력, 상품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마케팅 강화, 신기술 R&D 역량제고에 필요한 외부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은 유동성 악화로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착수 이후 2007년 3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누적매출 10조1,777억원, 누적 영업이익 7,130억원을 내는 등 18분기 연속영업흑자를 달성하며 4년8개월만인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후 '팬택 신화'를 이끌었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사업재편에 맞춰 운영인력의 30%를 줄이는 등 팬택은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팬택은 지난해 4분기엔 직전분기에 기록한 1,900여억원에 달하는 적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올 1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달성하는 등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이후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졸업 이후 지난해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낸 탓에 재무적 안정성은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상황이었다.
여기다 베가 시크릿 노트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반전을 꾀했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삼성과 애플로의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자금력이 약한 팬택엔 어려움이 가중됐다.
팬택은 지난해 상반기 퀄컴이 참여한 유상증자로 252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등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투자유치를 이뤄내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및,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등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 등에 따라 글로벌 경쟁구도가 변화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팬택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은 팬택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 외부상황도 팬택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보조금 시장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도 보조금 규제 대상으로 삼는 단통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팬택엔 호재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팬택은 1991년 창업 이래 23년간 이동통신 모바일 사업만을 지속해 왔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23년간 연구개발비 약 3조원을 투자, 누적 매출 28조원을 달성하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유일의 ICT 기술 제조기업이다.
팬택은 지난 23년간 누적매출액 28조원 중 절반인 14조원을 수출을 통해 달성하는 등 삼성, LG 등의 대기업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존속해 왔다. 국내에서는 약 600만~700만명의 소비자가 팬택의 제품을 사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