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엇이 그룹 재편 본격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남아있지만 첫발을 어디로 내딛느냐에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의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삼성SDS의 물류부문과 IT서비스부문의 인적분할이다. 이날도 전용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SDS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인적분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달 30일 미국법인인 ‘삼성SDS AMERICA’가 ‘삼성SDS IT SERVICES AMERICA’에 964억8840만원 규모의 IT서비스 사업을 양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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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이에 대해 전 연구원은 “국내 법인 분할 전 해외법인 간 혼재된 IT서비스와 물류 부문을 통합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인데 해외법인의 양수도가 끝나는 시점에 분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삼성 측이 삼성SDS의 분할로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9.20%에 달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요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한 시나리오인 ‘삼성전자 인적 분할’ 역시 삼성SDS의 인적 분할을 전제로 한다.
분할된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각각 합병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대신 삼성SDS의 물류부문을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IT서비스 부문을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방법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7.23%에 달하는 최대주주로 그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삼성SDS의 분할에 앞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먼저 이뤄질 수도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지난 6월 재발의하면서 삼성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현행 보험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3%’는 취득 원가로 평가하는데 ‘총자산의 3%’도 시가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55%(1062만2814주). 13일 종가 156만9000원으로 계산하면 시가로 무려 16조6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236조97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0조원가량의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도 법안이 통과된다면 유예기간인 6개월 안에 팔아야 해 부담이 크다.
엘리엇의 제안도 현재로서는 대규모 지분 매각이 선행돼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안주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 시나리오는 현행법상 지주사가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엘리엇의 제안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하려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의 매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더라도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지분 1.38%를 처분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현재 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돼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본격화를 공식 선언하는 의미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금융지주법에서는 금융지주사가 비금융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2대주주인 삼성물산 지분율 4.25% 아래로 지분율을 떨어뜨려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27일 임시주총을 개최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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