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경부고속도로 버스 화재로 대형버스사고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작년 여름 이와 유사한 참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3일 밤 비상 깜빡이를 켜고 경부고속도로 편도 1차로를 달리던 관광버스는 다른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2차로 방향을 틀면서 콘크리트 분리벽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충격음을 냈고, 탑승객들은 버스가 100m 이상 분리벽에 부딪힌 채 계속 앞으로 나갔다고 증언했다.

여행가이드 이모씨(43)는 버스가 멈추자 탈출을 위해 곧바로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풀어라"고 외쳤으며 그 순간 버스 출입문 쪽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분리벽에 막힌 버스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고 주먹과 발로는 유리창이 깨지지 않아 시간이 가는 와중에 버스 안 전등까지 꺼져 연기와 어둠으로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이 됐다.

마침 소화기를 찾아낸 운전기사 이모씨(48)가 운전석 바로 뒷좌석 유리창을 깼고 그 틈을 통해 일부 승객이 밖으로 대피했다.

생존자들은 돌로 버스 유리창을 깨려고 시도하는 등 나머지 승객들을 구하려 했으나 불길이 버스 전체를 휘감아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가이드 이씨는 단순히 사건 수습에 힘쓸 것이 아니라 탈출에 용이한 장비들을 버스에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씨는 "버스에서 비상 상황일 때 승객들이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비상망치로 유리창을 깨는 것"이라며 "버스 전등이 나가더라도 비상망치는 잘 보이는 곳, 앞뒤, 중간 곳곳에 놔두거나 아예 자리마다 비상망치를 비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1일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재조명받고 있다.

중국 지린성에서 해외 연수 중이던 우리나라 지방 공무원들을 태운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한 사건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5급 승진자들이 중견리더 과정을 연수하기 위해 떠난 연수인데다 한 번에 10여 명이 사상한 만큼 당시 주목을 많이 받았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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