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손발이 결박된 채 숨져 있던 한국인 세 명이 거액의 다단계 사기로 기소당한 상태였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사탕수수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세 사람이 국내에서 150억원대 투자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라고 14일 밝혔다.

A씨(48)와 B씨(49·여), C씨(52)는 투자법인의 경영진이며 투자 사기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에 청부살인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에 J법인을 설립한 뒤 A씨는 대표를, B씨는 상무를, C씨는 전무를 각각 맡아 다단계 방식으로 회사를 약 1년여 동안 운영해왔다.

A씨와 B씨는 실제 법적인 부부 사이는 아니지만 마치 부부처럼 행세하고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등 다단계 수법으로 거액을 가로채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약 140억∼150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송파서와 수서서에 8월 중순부터 고소장과 진정서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 세 사람은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에 출국했다. A·C씨는 지난 8월16일 출국해 홍콩을 거쳐 관광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했고 B씨는 같은 달 19일에 필리핀으로 떠났다.

경찰은 이들에게 투자했다가 사기당한 이들이 청부살해를 의뢰했을 가능성뿐만 아니라 거액의 수익금을 보유한 탓에 필리핀 현지에서 타깃이 됐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신 세 구의 손발이 결박된 채 발견된 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총격 후 바로 도주하는 필리핀의 청부살인 방식과 양상이 다르다”는 소견을 낸 만큼 내국인이 필리핀으로 찾아가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필리핀에 과학수사 전문 인력 등을 급파해 현지 수사를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