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사망 원인을 두고 의학적·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는 농민운동가 고(故) 백남기씨의 유족과 투쟁본부가 백씨 시신 부검을 위한 경찰의 네번째 협의 요청을 거부하며 법원에 부검영장 발부 취소를 요구했다.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학병원 교수의 선행사인 급성신부전증과 적극적치료 미실시 등에 의한 '병사' 진단에도 불구하고, 경찰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가 명백하다고 규정하며 특검 실시를 재차 촉구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16일 오후 1시쯤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의 합의가 영장 발부의 조건인 상황에서 유가족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는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며 "법원은 영장 발부를 취소하고 검찰과 경찰은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4일 부검 협의를 위해 대표자를 선정하고 협의 일시·장소를 통보해달라는 내용의 4차 협의 요청 공문을 유족 측에 전달했고, 통보 시한은 이날까지였다.

유족 법률대리인 이정일 변호사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다시 취소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사망 원인이 명백해 법률적으로 영장 사유가 없어진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발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쟁본부는 17일께 경찰·검찰에 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사체 처분권' 침해라며 유족이 청구한 헌법소원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투쟁본부와 백씨의 딸 도라지씨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고발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맡겨둘 수 없으므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시내에서 전개하는 '특검도입 촉구 서명'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