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세월호 참사’ 직후 구난업체 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상환 전 해경 차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통영 해상사고’와 관련한 기밀 보고서를 언딘에 누설한 간부에게는 징역형이 내려졌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진철 부장판사)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상환 전 차장과 박모 전 해경수색과장(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구난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언딘 측의 청탁을 받고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미준공 바지선을 사고현장에 강제로 투입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언딘에 특혜를 줄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최 전 차장은 잠수 지원 목적으로 제작된 해당 바지선이 인명구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언딘에 배 동원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바지선을 동원·투입하기로 하는 권한 역시 최 전 차장이 아니라 현장지휘본부장인 해경청장에게 있었다”며 “최 전 차장이 청장에게 바지선과 관련해 허위 보고를 할 만한 동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부는 2013년 7월 12일 오후 7시 50분경 통영 해상사고와 관련한 기밀 보고서를 언딘 이사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나모 전 해경 경감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나 전 경감은 세월호 참사 직후 청해진해운 직원을 ‘구난업체 선정이 늦어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압박해 언딘과 구난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해경이 특정 구난업체에 선박 사고 정보를 유출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해경의 공정성과 신뢰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경이 선사와 구난업체 간 계약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데도 청해진해운에 언딘과의 계약 체결을 종용한 점 등에 미뤄 나 전 경감이 직권을 남용하고 위계를 사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 해경 간부 3명은 앞서 광주지검이 기소해 광주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박 전 과장과 나 전 경감이 “범죄지와 주소지가 광주와 관련이 없다”며 재판 관할권 소송을 제기해 사건이 인천지법으로 넘어왔다. 당시 최 전 차장은 관할 위반을 주장하지 않고 재판 이송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