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저축은행이 출시한 '사잇돌대출2'가 출시 한 달여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실제 대출 진행률이 5.4%에 그치는 등 서민금융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상품설계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출시된 저축은행권의 '사잇돌대출2'를 통해 4주간 2034건의 대출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잇돌대출2는 시중은행들이 서울보증보험과 손을 잡고 내놓은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대출의 '저축은행 버전'이다. 중‧저신용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 소비자들이 주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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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이 출시한 '사잇돌대출2'가 출시 한 달여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실제 대출 진행률이 5.4%에 그치는 등 서민금융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 |
2034건의 대출액을 총합하면 178억원이다. 1인당 평균 880만원을 빌린 셈. 평균 금리는 16.6%로 10%~20%대의 중금리 상품을 확산시킨다는 취지에는 부합했다. 저신용자들을 챙긴다는 명목에 걸맞게 사잇돌대출2의 고객 절반 이상(53.5%)이 개인신용 7등급 소비자들이었다.
일면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대출 진행률이다. 2034건의 대출이 허가되기 전에 사잇돌대출2의 신청서를 작성한 건수는 무려 3만 9273건이었다. 결국 실제로 사잇돌대출2의 혜택을 받은 비율은 5.2% 수준을 넘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서울보증의 심사를 통과한 비율은 28% 수준이었지만 대출 직전 단계에서 저축은행들의 자체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원조'격인 시중은행들의 '사잇돌대출'과 대조되는 결과다. 은행권이 판매하고 있는 사잇돌대출은 최근까지 1만 3320건의 판매가 진행됐다. 신청 건수 6만 3612건과 대비해도 20.9%의 대출진행률을 보였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090만원, 금리는 7.5% 수준으로 양호하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 대출에 비해 저축은행 대출에서는 개인신용등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훨씬 많다"면서 "겉으로 도출된 결과만 놓고 저축은행들만 탓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사잇돌대출2' 설계 과정에서부터 몇 가지 문제들이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당시 서울보증은 업계 요구수준보다 높은 7~8%대의 보증보험요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요율은 평균 5.2%로 업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지만 시중은행들의 평균 요율인 2.77%보다는 상당히 높다.
사잇돌1에서 거절당한 소비자들의 연체율이나 부실률은 사잇돌1 소비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아무리 보증보험을 끼고 들어왔어도 대출 실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 역시 상품 출시 단계부터 있어왔다.
당시 한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사잇돌대출2에 대해 "사잇돌1의 조건을 적당히 완화시키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섞어서 설계한 것 같다"면서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결국 사잇돌대출2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셈이지만 금융당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 인식에 소극적이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소비자 1명이 여러 저축은행에 신청하다 보면 대출 진행률이 떨어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실제 대출비율만을 기준으로 소비자 편익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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