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11월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은행노조들이 위원장 선거철에 돌입해 세 결집에 적신호가 켜졌다. 각 노조가 내부 리더십 다지기에 나서는 만큼 총파업에 실리는 무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지부 노조측은 계획대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의지지만 실행 가능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노조들이 이번 주부터 위원장 '선거철'에 속속 돌입한다. 일단 오는 26일에는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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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금융노조가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펜 |
작년 9월부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KEB하나은행으로 통합됐지만 노조는 여전히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새롭게 선출되는 이번 지도부도 구 하나은행 출신과 구 외환은행 출신이 각 1명씩 총 2명의 '공동 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현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근-김근용 후보팀과 새롭게 도전장을 낸 김정한-이진용 후보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역시 새 노조 위원장 선출 절차에 이번 주부터 돌입한다. 오는 25일부터 양일간 후보자 등록을 받고 내달 23일에 선거를 실시한다. 현 국민은행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곧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위원장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이번 선거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올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박원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의 후임을 12월 초에 뽑을 예정이다. 아직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오는 26일을 전후로 노조 내부에서 선거 계획을 확정한다.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뜨거워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보만 10여명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결국 신한은행을 제외한 3대 시중은행의 새 노조 위원장 선거가 연말까지 매달 진행되는 셈이다. 덧붙여 씨티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금중개 등 금융권 기업 상당수가 올 연말 노조위원장을 새로 뽑는다. 결정적으로 올해 연말에는 금융노조 위원장을 새로 선출하는 큰 선거도 예정돼 있다. 이미 금융노조는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은행노조 지도부가 일제히 변경되면서 금융노조가 예고한 '11월 총파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 은행 노조가 내부 경쟁에 몰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금융당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총파업에 실릴 투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가 가장 임박한 하나은행-외환은행 노조의 경우 이미 지난 9월 총파업 때도 집중력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23일 파업 참여도가 저조한 부분이야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였지만, 각종 결의대회 때도 하나은행-외환은행 노조의 참여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하나은행-외환은행 노조는 선거 규칙을 둘러싸고 내부갈등 양상을 보였다. 통합 노조 구성을 위해 규칙을 새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 지도부에 유리한 규칙 변경'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조 통합과정에서는 함영주 은행장이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노조-사측 간 대립각도 좁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같은 양상이 국민은행‧우리은행 노조 선거에도 적용된다면 11월 총파업의 세 결집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9월 총파업이 성공적이었다면 모를까 노조원 참여가 부진했던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11월 총파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 측은 11월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각 노조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다 해도 성과연봉제라는 '공공의 적'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하다"면서 "대화와 교섭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정부와 사측에 대해서는 2차 총파업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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