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정부가 '보금자리론' 대출자격을 제한한 이후 여파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보금자리론의 기초자산인 주택저당증권(MBS) 물량마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가중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대안 마련에 나선 눈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상품 '보금자리론'의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9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자격을 주택가격기준 9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대출금액을 5억원 이내에서 1억원 이내로 전격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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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보금자리론' 대출자격을 제한한 이후 여파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가중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합뉴스 |
10∼30년 만기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의미하는 보금자리론은 대출금리가 연 2.5%~2.75%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청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공급물량 부족이 예상된 상태였다.
결국 정부는 보금자리론 연간 공급물량을 당초 10조원에서 16조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급기야 이마저도 부족해지자 이번 '신청자격 제한조치'가 도입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별도의 예고 없이 도입됨으로써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여론이 비등해지자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3조 5000억 원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16조원 투입' 조치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상반기에 상향조정한 한도 16조원 중 약 80%가 이미 소진된 상황에서 어차피 남은 한도가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16조원을 넘어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돼 있다. 결국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자본확충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금자리론 자본확충을 위한 논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판매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보금자리론의 기초자산 격인 주택저당증권(MBS) 물량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택금융공사가 MBS 물량을 늘려 유동화해 기초자산을 만드는 수순이 자연스럽지만, 이 경우 채권시장이 압박을 받으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정부의 예측실패가 진퇴양난의 상황을 만든 셈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의 '불협화음'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느덧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두 부처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집단대출에 대해 금융위는 '집단대출 제한' 주장을 편 반면 국토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주택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와 같은 의견이 대립한 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택 공급이 급증하면서 시장은 과열되기 시작했다. 이번 보금자리론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 역시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극단적 정책 변동이 이어지면서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 측은 부랴부랴 서민들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 금리 우대 제도를 도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서민이나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살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출자격 제한 조치 이후에도 서민들을 위한 자금지원은 이어진다"고 말하면서도 "(보금자리론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면 시장 상황이 보다 균형 있게 반영된 추진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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