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2% 금리' 자취 감춰…"예대마진 의존 과다" 비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 호실적이 대출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안티 정서'로 비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 규제에 수익성 확보 문제까지 겹쳐 궁여지책으로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금융 소비자단체들은 은행권이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수익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수익 다변화는 오히려 후퇴된 모습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2.8%를 기록했다. 이는 8월보다 0.1%p 상승한 수치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만에 0.1%p나 상승한 것은 작년 10월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다.

   
▲ 은행권 호실적이 대출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안티 정서'로 비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 규제에 수익성 확보 문제까지 겹쳐 궁여지책으로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수익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수익 다변화는 오히려 후퇴된 모습이다. /미디어펜


이로써 올해 초 하락세로 시작한 주담대 금리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상승세 반전' 흐름을 굳혔다.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 금리도 연 2.90%를 기록해 한 달 사이 0.11%p나 껑충 뛰었다. 

대출금리 상승의 원인에 대해 은행들은 '당국의 시장개입'을 첫손으로 꼽는다. 실제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시작된 8월은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시점이다. 특히 집단대출은 당국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항목이다. 조만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흐름이 금리에 선(先)반영돼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상승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궁여지책 밖에 유효한 카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당국의 규제를 지렛대로 활용해 손쉽게 수익을 취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출 금리 상승폭에 비해 예금 금리 상승폭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그 근거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35%를 기록해 8월보다 0.04%p 상승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1.33%로 0.03%p 올랐다. 대출 금리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의 상승이다. 덧붙여 정기예금 중 금리가 연 2.0% 이상인 상품은 사상 처음 '제로'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한 '손쉬운' 수익 추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안티' 정서가 자극되고 있는 것.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가산금리를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며 최근 은행권의 흐름을 비판했다.

고질적인 불경기와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중 주요은행(금융지주)들이 나란히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점도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금융회사들의 실적 세부내용을 보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수익 편중은 오히려 심화됐다. '손쉬운' 이익 추구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신한지주와 KB지주의 경우를 보면 이와 같은 흐름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순익은 2조 1627억원, KB는 1조 6898억원에 달했지만 약 70% 정도는 이자수익에서 기인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KB지주의 경우 국민은행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국민은행의 비(非)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의 대표적 항목인 수수료순익의 경우 5.6%나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국민카드‧KB투자증권‧KB생명보험 등은 누적 순익 측면에서 전년 동기 대비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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