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자유경제원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를 출품한 작가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재판부는 작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종림 부장판사는 자유경제원이 시 '우남찬가'를 쓴 장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장씨는 올해 3월 자유경제원의 '제1회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자작시인 '우남찬가'를 내서 4등으로 입상해 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이 시는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 '민족의 지도자', '버려진 이 땅의 마지막 희망' 등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 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장씨의 입선을 취소하고, "장씨가 교묘한 방법으로 공모전에 입선해 공모전 업무를 방해당하고 명예가 훼손됐다"며 5600여 만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상작을 선정할 권한은 전적으로 자유경제원에 있기 때문에, 설령 응모자가 공모전이 의도했던 취지에 위배되는 내용의 작품을 냈더라도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객관적인 자격요건을 갖추거나 사실 증명을 통해 신청하는 업무가 아니라, 문학작품 공모전에 나름의 생각으로 언어유희 시 등 기법으로 응모한 이 사건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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