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부실기업에 대한 '방만 관리' 비판을 받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내년 예산과 인력을 전격 감축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추가로 발표된 이번 혁신안은 '숫자'를 줄이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31일 오후 수출입은행(은행장 이덕훈) 본점에서는 혁신안 발표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6월 이후 재차 발표된 이번 추가혁신안은 리스크관리와 구조조정 전문성 강화, 경영투명성 제고 등에 여력이 집중됐다. 또한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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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남주하 수은 경영혁신위원장, 홍영표 수은 전무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수출입은행 혁신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펜 |
혁신위원장을 맡은 남주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직접 브리핑을 주재하면서 수은의 혁신안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용에 따르면 수은은 지금까지 지속해 온 기존 자구 노력에 덧붙여 해외사무소 10% 축소, 상임이사 1명 감축과 부행장(10명→2명) 인원 감축에 나선다. 2017년 예산은 3% 축소되고 조직 관리자 수도 10%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직원 숫자는 2016년 962명에서 2021년 914명으로 5%가량 감축된다.
인력 감축의 경우 수은의 비공개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을 많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상임이사를 1명 축소하는 대신 사외이사 1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수은 외부 인사의 시각과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추가로 2018년에는 상임이사가 1명으로 줄어들게 되며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상근‧비상근직 재취업도 전면 금지된다. 관련 준법감시인 제도도 도입해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예정이며 부서이동 주기도 3년 이상으로 늘려 전문역량 제고에 나선다.
눈에 보이는 '숫자'를 줄이기로 한 결정은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수은의 고육지책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남주하 교수는 특히 "임원들에 대한 자구노력은 필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 조직관리자를 감축해야 하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고통을 공유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줄어든 숫자만큼 구조조정 기관으로서 수은의 역할은 한층 강화된다. 비록 수은법에 구조조정 역할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 업무 역시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상을 제고시켜 여신심사체계를 정비하고, 신용공여한도를 축소해 업무계획에도 리스크를 반영할 방침이다. 또 여신부서와 심사부서의 1‧2차 신용평가와 신용등급감리를 골자로 '신용평가 3심제'를 시행한다. 프로젝트 금융에는 사전 심사제도도 도입한다.
신용공여한도는 동일인‧동일차주 여신 한도를 40%‧50%로 축소키로 결정했다. 구조조정 담당 조직은 '본부' 단위로 격상하며 경영관리단 자격요건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부실여신 비율 2%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향후 역할도 기존 조선과 건설 플랜트 위주 지원에서 신시장, 성장산업 육성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는 같은 날 오전 발표된 산업은행의 혁신안과도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다. 수은은 2020년까지 인프라와 신성장산업 지원 비중을 현재의 2배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남주하 교수는 "그동안 (수은에는) 견제와 균형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번 쇄신안이 국민들 눈높이에 미흡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한편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함께 브리핑에 참석한 홍영표 수은 전무이사는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1조 2000억 자본잠식이 확인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서 "그 관점에서 출자전환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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