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최근 정국과 관련된 시국선언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리 예고했던 11월 총파업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연봉제 저지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최근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등을 겪으며 불거진 내분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금융노조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려 한 범죄자"라며 "'박근혜'라는 이름의 헌정은 즉각,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도 없이 중단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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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가 최근 정국과 관련된 시국선언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리 예고했던 11월 총파업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 |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오는 18일경 개최하기로 했던 '2차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관계자는 "금융권 내부의 성과연봉제 문제보다는 국난 수준의 헌정파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전 국민적 투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금융노조는 2일 개각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한 것에 대해 금융노조는 "민심 짓밟은 일방적 개각은 국민에 대한 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 "10만 금융노동자는 정권퇴진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에게도 탄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권퇴진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현 정권에 날을 세우는 금융노조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을 금융노조가 현 정국의 혼란을 핑계로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금융노조는 '내분'을 치르는 모습을 보였다. 각 시중은행 노조와 금융노조 위원장 교체시기를 맞이해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노조위원장 선거를 기점으로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금융노조 위원장 등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고 있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세력이 분산되는 모습도 관찰됐다.
하나은행-외환은행 노조의 경우 최근 김정한‧이진용 위원장이 선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내부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통합노조 구성을 위해 규칙을 새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 지도부에 유리한 규칙 변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위험수위의 공방이 오갔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우리은행‧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역시 과열 조짐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익명게시판 어플 '블라인드' 등에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 수준의 음해까지 시도되고 있어 혼란이 극심한 터였다. 내분 양상이 심하지 않았던 지난 9월 총파업 때에도 세 결집에 실패했던 금융노조로서는 11월 총파업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때마침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차라리 금융노조에게는 '호재'인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워낙 대형사건이기도 하지만 금융노조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계기인 셈"이라면서 "중요한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정부라는 '공공의 적'을 향한 비판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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