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앞세워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고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사기미수 혐의로 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3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안 전 수석을 앞세워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데,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각각 범죄행위를 스스로 저지른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이 검찰 내사를 받는다는 설이 파다했던 롯데그룹을 상대로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과정을 막후에서 주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70억원을 내는 과정에 최씨 측의 강요성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롯데 고위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최씨가 깊숙이 가담한 단서를 포착했다.

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이 롯데 측과 만나 추가 출연을 논의하는 과정에는 '최측근' 고영태씨, 역시 최씨 측 인물로 꼽히는 박모 과장 등이 참여했다. 최씨는 직원에게 롯데 모금이 잘 되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만들 때 안 수석이 개입해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K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도록 지시한 부분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포함했다.

최씨가 더블루K를 통해 K스포츠재단 기금을 빼내려 했던 의혹 또한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스포츠 마케팅 등 업무를 한다고 알려진 더블루K가 실제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K스포츠재단에 4억원, 3억원 상당의 용역을 제안해 자금을 빼내려 한 행위에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최씨를 구속해 최장 20일 조사할 시간을 확보한 뒤 다른 혐의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정부 문건을 받아보는 등 '국정농단'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언제든지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 강요'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수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검찰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재단의 설립 경위와 과정, 모금 과정에서 그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출연금 모금이 누구의 지시였는지, 다른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는지도 검찰은 캐물었다.

안 전 수석은 조사 전 취재진을 만나 '대통령 지시냐', '최순실씨를 아직도 모른다는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검찰에서 모두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만 "침통한 심정"이라며 "잘못된 부분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안 전 수석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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