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이하 최순실)의 국정개입 파문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을 둘러싸고 최순실을 비롯해 차은택씨 등 비선실세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추진해오던 자본시장 관련 정책도 ‘최순실표’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표 코스닥 분리’ 거부하다 신제윤 경질?
루머는 지난해 2월 급작스럽게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경질된 것에서 시작한다. 2014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금융시장을 관리해오던 신 전 위원장은 급작스럽게 낙마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신 위원장은 청와대가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서 분리하고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애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거부하다가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구호로 내세웠던 ‘창조경제’를 거부했다는 ‘죄목’인데, 여기에도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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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위),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사진=금융위원회 |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순실이 대기업을 압박해 돈을 뜯은 것도 모자라 코스닥기업을 통해 돈을 모금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창조경제와 코스닥시장 분리 및 상장활성화 정책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순실과 관련자들은 코스닥시장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이카이스트다. 교육콘텐츠 및 IT 디바이스 개발업체인 아이카이스트는 지난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모델 기업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유엔과 손잡고 10조원 규모의 스마트스쿨 보급 사업에 나선다’, ‘상장사를 인수한다’ 등 여러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지난 9월 김성진 대표가 구속됐다. 특히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이 부사장으로 재직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최순실 세력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이 옷을 벗은 뒤 금융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은 행정고시 제24회 동기인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다. 임 내정자는 신 전 위원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듯 코스닥시장 분리와 상장활성화 정책을 충실히 밀어붙였다.
최경수 거래소 전 이사장도 이를 적극 따랐다. 이에 지난해 말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투자자보호 없이 기업의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지난달 24일에도 자본시장 유관기관장과 임직원들을 긴급 소집해 코스닥시장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에 힘쓸 것을 독려했다.
결국 코스닥시장 분리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느냐에 따라 두 행시 동기인 임 내정자와 신 전 위원장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행시 24회 전체 수석은 신 전 위원장이 차지했지만 동기에 밀리고 경제부총리 영전까지 지켜보는 신세가 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유는 몰라도 청와대에서 신 전 위원장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면욱 국민연금 CIO, 안종범 넘어 최순실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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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
최순실 관련 의혹은 국민연금으로도 번졌다. 이번 의혹은 오히려 코스닥시장 하락과 관련이 있다. 지난 6월 국민연금은 느닷없이 위탁운용사들에 투자 유형별로 벤치마크(BM) 복제율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대형주형은 벤치마크지수의 50% 이상을, 중소형주형은 20% 이상을 복제해야 해 대형주 쏠림 현상이 일어났고 코스닥 시장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사상 최고가인 171만6000원까지 치솟은 데 비해 코스닥지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인 606.06까지 떨어졌다. 이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대기업에 자금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로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본부장까지 최순실과 관련을 맺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국민연금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달 26일 서둘러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일단 이달 중 1조원의 자금을 국내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BM 복제율 강화는 안정적 투자를 통해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강 본부장이 오기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위탁운용사 투자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 직접투자 자금 여유가 생기게 때문에 국내주식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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