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대출‧거액인출 여론 부담…'낙하산 인사' 가능성은 낮아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금융권까지 미치고 있는 가운데 윤종규 회장이 이끌고 있는 KB금융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5억 인출' 보도와 특혜대출 의혹 등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울기도 하고 반대로 국민은행장과 상임감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불가능해져 미소를 머금게 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KB금융이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다수 언론에 의해 '거액 인출' 사실이 보도되면서 최순실의 '연관 검색어'로 국민은행이 급부상했다. 함께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금융권에까지 미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미디어펜

KEB하나은행과 함께 국민은행이 최씨의 '주거래은행'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가 소유한 서울 신사동 승유빌딩에 입점한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최 씨는 지난달 30일 귀국 후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의 '31시간' 동안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에서 약 5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최 씨가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인 이경재 변호사, 법무법인 소망의 이진웅 변호사 등을 선임하는 데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로펌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비싼 비용이다. 자연스럽게 인출 과정에서 은행의 크고 작은 '협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5억원 논란'이 불거진 점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기본적으로는 최 씨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출을 진행한 만큼 문제될 것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씨 일가가 국민은행의 'VVIP 고객'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최 씨가 은행 창구에 직접 들른 게 아니라 국민은행의 협조를 받아 모처에서 돈을 전달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여기에 '특혜대출' 의혹까지 더해져 문제는 난맥상을 보인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의 소유인 서울 신사동 소재 미승빌딩을 담보로 봉은사로 지점에서 2억 6000만원을, 미승빌딩과 강원도 평창 땅 등을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5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31일 우리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등과 함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만큼 국민은행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KB금융 관계자는 최 씨 일가의 금융거래 부분에 대해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시야를 KB금융 전체로 확장시키면 '최순실 게이트'가 반드시 KB에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초래한 '인사 적체'가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나비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민간 금융기관이지만 다른 은행들이 그렇듯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정권의 레이더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국민은행장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독립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탄력을 받았다.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관련 논의가 '올스톱'된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현 상황(윤 회장의 겸직 체제)도 나쁘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며 "국민은행장 선임은 KB증권 합병문제 등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작년부터 계속 공석인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 역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신응호 전 금융연수원 부원장,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중 1명이 '낙하산'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는 자리였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관피아 하마평'은 완벽하게 소멸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공공기관장 인사에는 엄청난 타격이지만 낙하산 얘기가 나오던 민간 금융기관과 관련해서는 호재로 작용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단, 검찰 조사과정에서 국민은행과 관련된 악재가 터질 경우 상임감사가 공석이었다는 점은 비판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상임감사직을 비워둘 수 없다는 여론이 KB 내부에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