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경기도와 광주시의 시‧도금고 지정은행이 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상징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금고 규모가 18조원, 광주시금고 규모가 4조원에 달해 출사표를 던진 은행들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금고 운영권 공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운영권을 따낸 은행은 최소 3년간 금고 운영권을 얻게 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운영에 따른 직접적인 수익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공금을 처리한다는 '상징성'이 따라오고, 다양한 지역사회 마케팅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은행들로썬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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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와 광주시의 시‧도금고 지정은행이 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상징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펜 |
최근 들어 금고운영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띤다. 각 지자체들이 금고은행 선정기준을 '경쟁친화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방은행들은 물론 일반 시중은행까지 접전에 가세해 금고 유치를 위한 '한판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 압도적인 '기득권'을 가진 곳은 농협은행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광역지자체 10곳과 기초지자체 155곳 금고를 운영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은행 특유의 '지역 특화 영업'과 공무원 고객들이 바로 이 금고운영권에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각 지방은행들도 지자체 금고운영권으로 많은 혜택을 누려왔지만 최근 들어 '지각변동'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방은행을 배제하고 시중은행들로만 금고은행을 지정하는 지자체가 생겨나고 있는 것.
지난 14일 군산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군산시는 이번 '군산시금고 지정 심의위원회'에서 농협은행을 제1금고, 국민은행을 제2금고로 선정하고 지역은행인 전북은행을 탈락시켰다. 이후 전북은행은 물론 군산시의회까지 나서 군산시의 결정을 비판하는 등 마찰음이 커졌다.
반면 경상남도는 지난 2년간 박탈했던 금고운영권을 다시 경남은행에 돌려줘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농협은행과 함께 경남은행에 운영권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농협은행과 경남은행은 2019년까지 경상남도 금고 운영을 담당한다.
경기도와 광주광역시는 최근 금고은행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3월부터 경기도금고 역할을 수행할 은행 물색에 나섰다. 현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발표는 12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경기도 1‧2금고의 금액규모를 합산하면 18조원에 육박한다. 현재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나눠 맡고 있다.
광주시 역시 광주시 금고 운영권을 이달 말 결정짓는다. 현재는 광주은행이 광주시 재정의 95%에 해당하는 1금고의 4조 2000억원을, 국민은행이 2금고를 운영 중이다. 과연 이번에도 광주은행이 지역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고은행 지정에는 금고 업무관리 능력, 공공예금 금리, 도민 이용 편의, 지역사회 기여도 등이 채점기준으로 포함된다. 경기도의 경우 △금융기관 대내외적 신용도‧재무구조 안정성(30점) △도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수준(18점) △도민의 이용 편의‧중소기업 지원(24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도와의 협력사업 (9점) 등의 기준을 세웠다(총 100점).
업계 안팎에서는 경기도금고의 '승리자'는 농협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도 경기도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산하 지자체가 많은 경기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32개 지자체 중에서 수원시만 기업은행에 금고를 맡겼고 나머지 31개 지자체 금고는 농협은행이 운영 중이다. 도금고 운영 역시 농협은행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 △경영지표 △전산시스템 운영 능력 △지방세 수납 실적 △지역공헌도 등을 평가기준에 포함시킨 광주시의 경우에도 광주은행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지난 48년간 맡아온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금고는 광주은행에 돌아갈 것으로 보이고, 결국 제2금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광주은행 외에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광주시금고는 1금고가 4조원, 2금고 150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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