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권이 최순실 게이트의 블랙홀에 빨려들 기세다. 작년 12월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에 이어 인사특혜, 하나-외환은행 통합 관련 의혹 등이 우후죽순 터져나오자 금융감독당국은 KEB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연장하면서 의혹 규명에 나섰다. 금융권은 이같은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금융권에도 미치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달 독일에서 귀국한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가 검찰에 출두 전 거액을 인출한 사실과 관련해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다.

   
▲ 금융권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제기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미디어펜


좀 더 심각하게 작용한 곳은 하나금융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는 작년 12월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점으로부터 대외지급보증서를 발급 받아 독일 현지법인으로부터 약 25만 유로(한화 약 3억 2000만원)를 대출 받았다. 어머니 최씨와 공동명의인 강원도 평창 10개 필지를 담보로 지급보증서(보증신용장)를 받은 뒤였다.

문제는 정 씨의 대출과정에서 주로 기업이 사용하는 외화지급보증서를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지급보증서를 받으면 송금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편법' 의혹이 부각된 것. 또한 독일 현지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특혜대출' 논란으로 이어졌다. 금리 역시 일반 대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KEB하나은행의 당시 독일법인장이 올해 1월 서울 삼성타운지점장을 거쳐 한 달 만에 임원급인 글로벌2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도 최 씨 모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KEB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금감원은 이날 KEB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씨와 정 씨 관련 의혹 중에서 '금리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 씨 보증신용장 발급과 관련된 사안도 종합검사에 포함된다"고 했다. KEB하나은행과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사 기간을 연장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나금융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우선 외화지급보증서 발급과 관련해서 KEB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고객도 약 11% 정도는 보증서 발급을 받고 있다"며 특혜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금리 특혜와 관련해서도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의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결코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해 왔다. 전 독일법인장의 승진에 대해서도 "올여름 조직통합 차원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승진인사가 있었고 그 중 한 사례일 뿐"이라며 최 씨 모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나금융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 번 불거진 의혹의 시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 격 의혹제기에 난감한 입장이다. 하나금융 뿐만 아니라 의혹이 불거진 금융권에서도 자행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다.

아직까지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 중에서 실체가 완벽하게 규명된 것은 없다. 금융권도 손사래를 치며 관련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의 수사·검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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