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동안 '실종' 됐던 특판예금 상품이 은행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말을 맞아 기업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은행의 선제조치다. 미국발 금리인상에 대응하려는 모습도 보여 당분간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특판(특별판매) 예금 상품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이 오랜만에 특판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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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실종' 됐던 특판예금 상품이 은행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디어펜 |
우리은행은 '민영화 성공' 기치를 내걸고 지난달 24일 특판상품 '민영화 성공기원 정기예금'을 내놨다. 2조원 한도로 출시된 이번 상품은 최고 연 1.7%의 금리를 제공한다. 같은 달 18일 '금융의 날' 기념으로 '저축으로 하나 되세요' 상품을 내놓은 KEB하나은행도 최고 연 1.7%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특판 적금상품으로 대응에 나섰다. '아이원 300적금'은 최고 연 4.3%라는 파격적인 금리로 시선을 끌었다. 단, 대부분의 고객들에게는 최고 연 2.2%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수협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특판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판상품 출시 '러시'는 은행권에서 상당히 오랜만에 관찰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 리우 올림픽을 전후로도 특판 상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위험회피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 입장에선 굳이 추가자금을 유치할 인센티브가 줄었던 셈이다.
최근에 와서 상황이 반전된 데에는 시기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말에는 보너스 지급이나 기타 결제사항이 많은 기업 고객들이 뭉칫돈을 빼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판 상품의 부활은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를 위한 궁여지책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개인 고객들도 연말에는 은행에서 돈을 빼낼 이유가 많아진다. 각종 경조사에 연말연시 모임, 세금 납부 등의 사유가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도를 정해놓고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 모으는 특판상품은 은행들의 현 상황에 가장 알맞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상황은 연말을 넘겨서까지 조금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OMC)가 금리인상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 미국 대선 이후 당분간 경제 전반에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점도 은행들을 자금 비축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가 된다.
시중은행 한 담당자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에 저금리 자금을 비축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은행권 전반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면서 "'특판 재테크'를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내년 초까지는 일시적으로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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