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 대선이 도널프 트럼프 당선으로 결론나면서 한국 금융권도 충격파를 받고 있다. 금통위를 이틀 앞둔 한국은행은 긴급회의를 개최하며 대응에 나섰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외부 충격까지 가세하면서 경제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점쳐진다. IMF 사태에 필적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9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 났다. 개표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유수 언론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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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세번째)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경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한국은행 |
경제 분야의 충격은 특히 심했다. 개표가 시작된 시점부터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자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급락(채권값 급등)세를 보였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자 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 것.
환율‧주식시장 역시 '패닉' 상태를 보였다. 코스피는 무려 45포인트(2.25%) 하락한 1958.38로 마감됐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후 겨우 안정세를 찾은 시장이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인 것.
금융당국은 즉시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경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는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 총재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된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지난 5일 출국했다 일정을 하루 앞당겨 긴급회의를 추진했다.
회의 이후 이 총재는 "오늘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 금리, 환율 등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은 미 대선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타난 데 따른 가격조정의 과정"이라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주열 총재는 "대내여건의 불확실성 등에 비추어 앞으로 시장변동성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불안이 고조될 경우 정부와 협력하여 시장안정화 대책을 적극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심리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투자 위축, 가계는 소비 둔화, 자산가격 하락세 등이 나타면서 생산, 소비, 고용 등 3대 경제지표 모두 당분간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한미FTA를 통해 지난 5년간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지만 보호주의 강화로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다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OMC) 옐런 의장의 교체를 공공연히 주장해 왔기 때문에 금리정책에도 변동성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달러 등 주요국 통화가치 변동성 확대를 예상했다. 12월말부터 예상된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내년도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현행 연 1.25%로 책정된 기준금리 변동 여부를 결정짓는다. 시장의 예상은 '동결'로 수렴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신고립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트럼프 당선을 "환율, 주가 급락 이상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오 교수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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