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이 다섯 달째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배경에는 미국 대선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 금통위는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이주열 총재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하면서도 한은 통화정책은 고유한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지난 6월 전격 인하 이후 5개월째다. 이번 달에도 금통위 7인이 만장일치로 '동결'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된 '통화정책방향'에서 미국 대선 등으로 통화정책 운용상황에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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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다섯 달째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배경에는 미국 대선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사진)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하면서도 한은 통화정책은 고유한 기조를 이어갈 의사를 천명했다. /미디어펜 |
금통위 종료 직후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세계경제에 대해 "미국이 회복세를 지속하고 중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다"면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신정부 정책방향,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신흥시장국의 경제 상황 등에 영향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 5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낸 의견과 큰 차이는 없었다. 특히 금리동결의 주원인으로 손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코멘트는 지난달과 똑같았다. 이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짚었다. 시각에 따라서 한은의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을 낮췄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달 처음으로 누락됐던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소 호전됐다"는 표현은 이번 달에도 빠졌다.
한편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OMC)의 통화정책 움직임은 미 대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바뀌었다고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으면서 "여전히 시장에서는 12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점진적으로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 시각"이라면서 "단언하긴 힘들지만 (미 연준이) 연내에 1회, 내년에는 2회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게 다수 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이 총재의 발언 뉘앙스로 봤을 때 '트럼프 변수'에도 불구하고 금통위 내부의 견해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재는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일각에서 부각된 기준금리 '인상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한 달 새 국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한은의 통화정책은 '마이 웨이'를 유지할 의사를 밝힌 셈이다.
트럼프 당선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이 총재가 밝힌 견해도 눈길을 끌었다.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총재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경제영향은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어느 하나의 요인에 의해 통화정책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여러 차례 경계했다. 그는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것이 금통위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눈에 띄게 상승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기준에는 변동이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올해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내달 금통위는 15일 개최된다. 바로 직전인 13일~14일에는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가 개최돼 현행 0.25%~0.50%로 책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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