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마비된 가운데 정부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확대도입 하려던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지지부진해졌다. 시중은행 노사 양측은 이미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가 선거에 돌입하면서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리게 됐다. 정부 스스로 초래한 실책이 오히려 노조의 투쟁력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의 현안 우선순위에서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탈락한 분위기다. 정부가 올해 안에 반드시 금융권 성과연봉제를 도입‧확대시킨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급냉각된 탓이 우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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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의 현안 우선순위에서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탈락한 분위기다. 정부가 올해 안에 반드시 금융권 성과연봉제를 도입‧확대시킨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급냉각된 탓이 우선 크다. /미디어펜 |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권 뿐 아니라 현재 금융권 전반적으로 '리더십'이 부재하는 상황"이라면서 "성과연봉제를 포함해 인터넷전문은행,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전부 올스톱 됐다"고 우려했다.
정부 혼란에 따른 금융권 리더십 부재는 여러 각도로 여파를 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 수장인 임종룡 위원장마저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해졌다. 현안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중심축이 사라져 버린 것. 문제는 이렇게 컨트롤타워가 붕괴된 상황에서까지 성과연봉제가 추진될 정도로 금융권 내부에서 이 사안이 절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굳건한 의지에 영향을 받았던 측면이 큰 만큼 정부의 압력이 사라지자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진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성과연봉제를 가지고 노사가 갈등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따라오게 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나마 진도가 많이 나갔던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조차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 노조는 내년부터 도입기로 한 성과연봉제 효력 중지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만약 법원이 금융공기업 노조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성과연봉제를 내년 초에 도입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만큼은 성과연봉제 논의가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월 총파업에 이어 11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는 이미 11월 파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대신 은행노조 각 지부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몰두하고 있다. 일단 금융노조 전체 선거가 이달 말 예정돼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에서도 차기 노조위원장 선출을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금융노조의 투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원장 선거 때문에 내분을 겪을 수밖에 없는 노조 입장에서는 지금이 시간을 벌 수 있는 좋은 계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내년 초까지 노조위원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내부갈등 봉합 차원에서라도 대정부 투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성과연봉제 저지는 가장 적합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정권 내에 금융권 성과연봉제를 확산시키려던 정부의 계획은 정부 자체의 실책 때문에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오히려 금융노조의 투쟁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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