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내용 포함된 '특례법' 이어져…"논의 가치 충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지부진하던 인터넷전문은행 연내출범에 청신호가 켜졌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부정적이던 야당이 입장을 바꿔 은산분리 조항을 완화한 법안을 발의했다. 업계는 늦게나마 가세한 정치권의 협조를 반기는 기색이다.

16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법상 규제를 완화시키려는 시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은 최근 "이번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논의가 잘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임 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내 K뱅크 준비법인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상황점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아이디어룸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산업자본이 전체 의결권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50%보다는 다소 낮은 비율이다. 그러나 4%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추진됐었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은 번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통과는커녕 마지막 법안소위 테이블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나마 국민의당 의원들 중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부류가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는 어려워 보였다.

다행히 20대 국회에서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청사진을 연이어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을 발의하면서 "핀테크산업 성장의 관건에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비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IT기술력이 성패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법적인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물론 야당 의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무조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 정재호 의원의 경우 대출금리에 상한을 둘 수 있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김관영 의원은 5년마다 인가 요건을 재심사하는 내용을 넣었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두 조치 다 영업 자율성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여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틈날 때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강조했던 금융당국은 일단 일련의 분위기 변화를 반기는 눈치다. '인터넷전문은행 전도사'로까지 불렸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번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논의가 잘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 발의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반가운 소식이 없었던 금융계에 모처럼 날아든 '낭보'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KT 계열의 K뱅크와 카카오 계열의 카카오뱅크다. 둘 중에서는 이미 본인가를 신청한 K뱅크의 진도가 조금 더 빠르다. 카카오뱅크는 12월 중 본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개최해 여당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야당의 특례법 제정안 2건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오는 17일부터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법안들을 집중적으로 심사할 방침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은행법 개정안을 위주로 진행하는 게 원칙상 맞기는 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야당 특례법에도 고민이 묻어있는 만큼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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