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 경로 밝히지 못한 태블릿PC가 증거? 최순실 변호인 2차례 짧은 접견만 허용 '사실상의 자백강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이하 자변)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 공모자로 몰아가고 이를 공소장에 적시한 검찰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을 망각한 수사”라며 규탄했다.

자변은 “최순실 태블릿 PC 파동 이후 검찰이 보여준 수사 과정과 오늘의 공소제기는 헌법 제12조 제1항이 천명하고 있는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원칙과 거리가 멀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변은 “적법절차 원칙은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 모두 적법한 과정을 거쳐서만 공권력이 국민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상의 대원칙”이라며 “입수 경로를 밝히지 못한 태블릿 PC를 증거로 박 대통령까지 공범으로 적시하는 검찰 행태는 의도된 위법수사라는 의혹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변은 “최순실의 변호인은 긴 수사기간 동안 단 두 차례의 짧은 접견만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연일 계속된 장시간 조사는 조서를 받는 과정도 없이 사실상 ‘자백강요’로 점철되었다는 전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변은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 공소장에 대해 “공범으로 현직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면서 대통령에게 혐의 사실과 관련 증거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면조사 날짜가 협의되지 않자 서면조사 등의 보완책 없이 공범 적시로 비약해 버렸다는 자변의 문제 제기다.

자변은 검찰을 향해 “국정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한 책임을 추궁하면서 정작 소추기관은 적법절차를 철저히 무시하였다”고 밝혔다.

   
▲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이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자변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 성명서 >

최순실 태블릿 PC 파동 이후 검찰이 보여준 수사 과정과 오늘의 공소제기는 헌법 제12조 제1항이 천명하고 있는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원칙과 거리가 멀다.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서 최초로 도입된 적법절차 원칙은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 모두 적법한 과정을 거쳐서만 공권력이 국민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상의 대원칙이다.  

검찰은 첫째, 입수 경로조차 밝히지 못한 태블릿 PC에 담긴 내용을 증거로 정호성씨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함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에 대한 공범으로 적시하는 공소장 내용을 발표하였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형사절차상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의 법칙은 87년 헌법 이후 대한민국의 형사절차에서도 확고하게 관철되어 왔다. 왜 최씨와 박대통령만 이 대원칙의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위법수집증거에서 파생 수집된 증거 또한 위법수집증거임을 면할 수 없다(毒樹毒果의 원칙). 검찰이 이 원칙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없기에 김한수 행정관이 개통한 문제의 태블릿 PC 입수 경로를 밝히지 못하면서도 이를 주요 증거의 출발대로 삼은 이번 검찰의 수사와 공소제기는 의도된 위법수사라는 의혹을 면할 수 없다.

검찰은 둘째로, 최씨의 헌법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형해화될만큼 이를 현저히 제약하였다. 최씨의 변호인은 이 긴 수사기간 동안 단 두 차례 짧은 접견만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일 계속된 장시간 조사는 조서를 받는 과정도 없이 사실상 ‘자백강요’로 점철되었다는 전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죄에 따른 형벌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죄형법정주의) 국가에서 법정최고형이 징역 2년인 공무상비밀누설죄와 징역 5년인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최씨가 수사관에게 자신은 무기징역을 살게 되느냐고 물어 보았다는 보도가 변호인조력권이 무력화된 그간의 과정을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고 할 것이다. 진성 간첩단 사건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었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왜 최씨 사건에서만은 그토록 현저히 제약되었는가?

검찰은 셋째로, 공범으로 현직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면서도 대통령에게 혐의 사실과 관련 증거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정한 대면조사 날짜가 협의되지 않자 서면조사 등의 보완책도 없이 공범 적시로 비약해 버렸다. 적법절차 원칙의 가장 기초는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검찰은 대체 어떤 오만함으로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혐의사실로 현직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였는가? 최씨는 자신의 측근인 고영태와 차은택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과오를 최씨 자신에게 다 덮어씌운 것으로 한탄했는데, 검찰은 대통령과 거리가 먼 고영태와 차은택에 대한 혐의를 무리하게 최씨와 대통령에게로 돌린 것이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위법수집증거배제의 법칙,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당사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앞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 등 형사법의 일반원칙과 헌법상의 원칙, 집약적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 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무시하고 수사와 기소를 단행하였다. 국정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한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정작 소추기관은 적법절차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위법사실의 존재가 이에 대한 위법수사와 위법한 공소제기의 잘못을 덮을 수 없다고 본다. 하물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모든 절차가 끝나 보아야 공적으로 끝난 것이 되는 것이다. 적법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로 촉발된 최씨 사건은 대한민국을 보다 고도의 적법절차 국가로 승격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그 처리과정이 그간 쌓아온 적법절차 원칙마저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후퇴가 될 것이다. 향후 재판과정과 특검, 언론보도에서는 이제까지와 달리 적법절차의 원칙이 준수되고 고양될 수 있기를 헌법공동체인 국민의 이름으로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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