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 상승 시작…"예대마진 확대" 비판 목소리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리반등 시기가 도래하면서 은행권의 전략에도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 기준금리만 오르지 않았을 뿐 실세금리 상승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12월 미 금리인상 변수까지 가세해 상승 움직임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당국도 '견제' 의사를 내비쳐 은행권은 진퇴양난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리 '인상' 분위기가 금융권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25%로 5개월째 동결 상태지만 실세금리에서는 이미 상승 움직임이 포착된다.

   
▲ 금리반등 시기가 도래하면서 은행권의 전략에도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 기준금리만 오르지 않았을 뿐 실세금리 상승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미디어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KEB하나은행이 최대 4.73%, 신한은행 4.78%, 우리은행 4.58%, 국민은행 4.48% 등 빠른 속도로 연 5%에 가까워지고 있다. 

'천장'이 높아진 만큼 평균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각 은행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평균 2.88~3.07%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평균 금리가 연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급상승' 기조가 형성된 셈이다. 한 관계자는 "주담대가 금융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이 되면서 대출 문턱이 올라가고, 시중은행들이 하나둘씩 가산금리를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승 흐름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은 상승 흐름에 기름을 들이붓는 효과를 냈다. 시장 다수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수정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보면 금리 상승압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12월 FOMC까지는 이러한(금리상승)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OMC) 회의는 내달 12~13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회의는 같은 달 15일이다.

한편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린 점에 대해서는 비판여론이 비등하다. 은행권은 금리 상승요인이 많다는 이유를 들지만 예금금리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상승 요인을 이용해 예대마진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금리를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면서 "금융당국도 사실상 이를 용인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역시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에 부당한 추가 부담을 지우고 있다"면서 "가산금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은행들의 금리상승 움직임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임원회의에서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사회적 비난을 초래할 정도의 과도한 금리 인상이 없도록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해 무분별한 금리상승을 좌시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은행들은 난처한 표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기간이 생긴다"면서 "연말 시즌을 맞아 은행들이 우대금리 상품이나 특판예금 상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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