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동안 잠잠하던 은행권 '낙하산 주의보'가 다시 발령될 전망이다. 진원지는 기업은행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직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내달 27일로 임기 종료를 맞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은행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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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27일로 임기 종료를 맞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 오른쪽) 후임으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권에 퍼지고 있다. /기업은행 |
한때 권선주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본받으라"고 말할 정도로 청와대와 관계가 좋았다(작년 1월 15일 '5개 부처 협업 업무보고'). 내부 출신으로 행장까지 취임한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 '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그만큼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밀월'은 길지 않았다. 현재 권 행장과 청와대의 관계는 상당히 어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로 임기가 만료된 IBK자산운용 신임대표 추천과정은 기업은행과 청와대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기업은행 측에서 추천한 인사 2인의 인사검증을 청와대가 모두 반려했기 때문이다. 대신 청와대가 원하는 후보가 따로 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한동안 중단됐던 기업은행장 하마평도 다시 돌고 있다. 어느덧 '단골 인사'가 된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최상목 기재부 1차관 등이 다시 거론되지만 일부 인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 연루되면서 하마평도 재구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은행권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하고 정치권 진출을 타진하다 지난 총선에서 낙마한 권 전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얼마 전까지 있었다.
그러나 권혁세 전 원장이 직접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은행으로 가지 않는다'는 의견을 분명히 드러냈다. "우리은행장 자리에 관심도 없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모양새'라는 단어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권 전 원장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업은행 낙하산 하마평에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승진하는 사례를 좀 더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은행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 출신 인사가 국책은행장으로 온다는 건 전형적인 관피아 낙하산"이라고 지적하면서 "안 그래도 정국이 어수선한데 (낙하산 논란으로 인해) 성난 여론의 유탄을 맞는다면 모두가 난처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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