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확대에 따라 투자계획 점점 커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항공기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자수익을 대체할 '틈새수익' 확보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시장규모 확대에 따라 은행권의 투자계획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내년에도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항공기금융 시장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항공기금융이란 항공기의 구매‧운용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기의 경우 단 1대의 항공기를 취급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은행권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 항공기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에어캡과의 항공기금융 단독 주선에 성공한 KEB하나은행 기업고객지원그룹 윤규선 부행장(오른쪽)이 폴 로프 에어캡 그룹 회계 총괄(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올해만 6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바로 지난주에도 KEB하나은행은 필리핀항공과 항공기를 담보로 한 4200만 달러 대출계약을 성사시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에도 세계 항공임대시장 1위 업체인 에어캡(AerCap)과 1억 달러 규모 항공기금융을 단독으로 주선해 화제가 됐었다. KEB하나은행이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기업은행, 대형 생명보험사, 대형 증권사 등이 각각 2000만 달러씩 투자하는 형태였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 초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에 3300만 달러 규모의 항공기 담보 대출을 진행했다. 지난 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에티하드항공에 총 7000만 달러를 대출해주는 항공기금융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티하드항공사가 신규 구입하는 6대 중고 여객항공기를 담보로 4년 6개월 만기의 대출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두 건 정도의 항공기금융 계약이 대기 중"이라면서 "내년에도 항공기 구매금융 주선 업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망만 하던 국민은행도 항공기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내달쯤 중동 에미레이트항공에 3000만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역시 두 건 정도의 새로운 계약이 추진 중이다.

통상 보수적인 자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은행권이 항공기금융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직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지 않아 기존에는 항공기금융을 꺼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업계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수익성 확보'라는 명분 때문이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 수익성이 제한된 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당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근근이 실적방어를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비이자수익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는 항공기금융 시장은 은행권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기금융 시장은 올해 1270억 달러에서 2020년 1720억 달러(약 20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항공기금융 관련 업무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특히 아시아권 항공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신규 항공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위험도는 낮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항공기금융 사업에 더 많은 은행들이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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