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수익성 확보방안을 위해 고심하는 은행권이 수수료 현실화 흐름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미 올해 한 차례 수수료 인상이 있었지만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지만 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눈치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수수료 인상 움직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사실 이 흐름은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타행송금, 통장 재발급, ATM, 외화 송금 수수료 등을 차례차례 인상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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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성 확보방안을 위해 고심하는 은행권이 수수료 현실화 흐름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미 올해 한 차례 수수료 인상이 있었지만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 |
은행들의 전략 변화에는 더 이상 순이자마진(NIM)으로 대표되는 이자이익에만 기대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올 상반기(1∼6월) 1.5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나마 올해까지는 호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업계에 깔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여론의 반발이다.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는 해외 유수 은행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게 사실이다. 국내 송금수수료의 경우 미국이 35달러(약 4만1300원), 영국이 25파운드(약 3만6700원)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상당수 국가의 은행들은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씨티은행도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의 은행들이 통장 발급에 지나치게 관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나마 최근 들어 통장 발급이 까다로워졌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욕을 먹는 형편이라 계좌유지수수료는 아직 요원한 얘기"라고 말했다.
작년 8월 이전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수수료 산정에 수시로 개입했던 전력도 있다. 그나마 작년 8월 금융위원회가 '수수료 자율화' 방침을 공언한 이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들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단행된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원,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면서 무작정 수수료를 올려선 안 된다"면서 "외국에 비해 정부의 보호 아래에서 영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분간 은행들은 여론의 반발을 감수하고라도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금융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다각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
일단 일부 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수수료 항목별 적정 인상폭과 그에 따른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정국이 어수선해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은행권에 수수료 인상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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