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주요 은행들이 내년도 경영목표를 수립 중인 가운데 보수적인 여신관리, 핀테크 활성화, 세계시장 적극 진출 등의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각 은행 차원에서는 비이자수익 확대, 각 금융지주 차원에서는 비은행 계열사 수익 확대가 공통적인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회사들의 '2017년 계획 세우기'가 한창이다. 각 사들이 발표하는 내년도 경영전략에는 금융사들의 '속마음'이 나타나 있다. 은행의 개념이 '공간'에서 '서비스'로 점점 변모하고 있는 만큼 전통적 패러다임의 붕괴는 내년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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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은행들이 내년도 경영목표를 수립 중인 가운데 보수적인 여신관리, 핀테크 활성화, 세계시장 적극 진출 등의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연합뉴스 |
신한·KB·하나·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 5대 금융사의 경영전략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첫 번째 키워드는 '핀테크'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마트폰과 결합되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각 회사들의 절박함이 엿보인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KB는 핀테크와 빅데이터, 하나금융은 모바일, 농협금융은 디지털금융 등의 키워드로 이와 같은 흐름을 경영전략에 반영했다.
특히 내년도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각 금융사들의 위기의식은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면서 "카카오톡이 불과 몇 년 만에 문자메시지를 대체한 것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전통은행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각 금융사들은 각자만의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으며 핀테크 강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국민은행의 리브(Liiv) 등을 위시한 각 은행들의 모바일 서비스는 내년에 보다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 점포 숫자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금융사 경영전략의 두 번째 키워드는 보수적 여신관리다. 올 한 해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혹독한 기회비용을 치른 은행권이 내년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리스크 관리 강화, KB의 자산관리‧기업투자금융 활성화, 하나금융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등의 키워드에 이와 같은 바람은 잘 드러나 있다.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농협금융은 지난주 조직 개편안과 내년도 경영계획안을 확정 지으며 '혁신' 키워드를 일찌감치 강조했다.
한편 은행들이 보수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제1금융권이 서민들에 대한 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자칫 제2금융권으로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의 금리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만큼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1300조 수준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은행권의 보수적 영업으로 인해 악화될 수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 등 서민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의지도 있는 만큼 서민금융에서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은행들이 '보수적 영업'을 내년의 테마로 내건 만큼 대출문턱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내년 한 해 금융사들은 전통적인 수익모델보다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금융사들의 영업 전략에서 엿보이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이와 같은 도전을 암시하고 있다.
해외 은행점포 숫자가 늘어나고 동남아권 현지은행과 제휴해 영업을 펼치는 전략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은행수익의 대부분을 순이자마진(NIM)이 설명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외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는 비(非)은행 계열사들의 수익확대 또한 중요한 전략의 하나다. 현대증권을 인수한 KB금융, 금융지주사로의 확대의지를 천명한 우리은행 등의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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