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의혹이 한국거래소의 해명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 3분기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한 기업만을 위해 거래소 측이 상장 규정을 변경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3공장 준공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정치인이 대거 참석한 것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29일 의혹이 거세지자 거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시작된 것이 아니라 코스피시장의 적극적 상장유치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전문기업(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한국거래소

삼성바이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거래소는 미국시장에서도 성장가능성을 감안해 수용하는 기업을 국내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거래소 측은 미국의 경우 적자 기업 상장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거나 이익이 30억원이 넘었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상장규정 개정으로 예외조항이 생기면서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은 10조원에 달하고, 자기자본은 지낸해 기준 2조7748억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수기업 상장이 잘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상장 유치활동 일환으로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이후 새로운 규정을 이용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없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이 많아 특례상장 제도가 더욱 절실한 코스닥시장도 바이오기업 중심의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보완한 공모제도 개편안을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1년 뒤인 올해 10월에야 내놓았다.

특히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성사된 지난해 9월 1일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절차가 바로 진행된 점도 의구심이 남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지분율이 43.44%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7.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가장 득을 보는 것은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인 것이다.

삼성물산의 가치가 올라가면 합병에 찬성했던 국민연금 역시 일종의 ‘면죄부’를 얻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앞둔 기대감에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달 25일 16만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민연금 역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이유 중 하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익 창출’을 꼽았다.

이런 의혹과는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소 해명처럼 적자기업 상장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몰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해외증시도 성장성을 고려해 적자기업을 상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상장규정 변경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수기업을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고 거래소가 규정 개정을 요청해와 상의 끝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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