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은행+통신사' 모델로 가시화 되고 있다. KT와 우리은행, SK텔레콤과 국민은행, LG U플러스와 KB금융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판도를 바꿔놓을 금융계의 새 '판'에 미리부터 포석을 깔아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서비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사 전부가 '핀테크'를 경영전략의 최상단에 올려둔 상황이다. 효율성 측면에서 통신사와 제휴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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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은행+통신사' 모델로 가시화 되고 있다. /KB금융 |
지난 28일 우리은행은 KT와의 제휴상품인 '우리 KT 꿀데이터 통장'을 내놨다. 우리은행 통장을 개설하고 KT 통신요금을 자동 이체하면 LTE 데이터를 3개월간 추가로 주는 상품이다.
통장을 개설하면 이용하는 통신요금제에 따라 300MB에서 1500MB까지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통신요금 납부 실적이 있으면 우리은행 자동화기기(ATM)와 이체 수수료를 월 30회까지 면제 받는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국민은행 또한 SK텔레콤과 합작한 상품을 출시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매체(보안카드, OTP) 없이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KB든든간편인증 서비스'다. 휴대전화 본인인증 절차의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인 SK텔레콤의 'T인증'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은 SK텔레콤 가입자의 경우 별도 보안매체 없이 핀(PIN)번호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2일 KB금융과 통합 멤버십 서비스 플랫폼인 '리브 메이트(Liv Mate)'를 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KB 계열사의 실적을 한 곳에 적립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제휴처 상품, 온라인 콘텐츠를 구매할 때 적립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LG유플러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확인한 정보를 신용도 평가에 이용해 KB국민카드 대출 상품 이용 시 우대 혜택도 제공될 예정이다.
금융회사와 통신사가 아예 합작회사를 설립한 케이스도 나오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말 주식회사 '핀크'라는 이름의 합작회사를 세웠다. 핀크는 내년 상반기부터 모바일 자산관리와 P2P금융 등 생활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은행과 통신사의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는 데에는 '핀테크'라는 금융계 최고의 화두가 자리하고 있다. 은행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에서 '모바일'은 빼놓을 수 없는 영업공간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은행 공간을 모바일이 대체하고 있다"면서 "은행-통신사간 제휴는 최근의 핀테크 환경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의 제휴사례들은 이르면 연내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년부터 금융계 판도를 급속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략 하에 기존 은행들도 미리 포석을 깔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통신사+은행'의 결합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현재 출범을 준비 중인 K뱅크의 경우 통신사 KT가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기 때문. 카카오뱅크 또한 모바일 서비스 업체라고 볼 수 있는 카카오와 우정사업본부, SGI서울보증, 국민은행 등이 합작해 준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통사와 은행의 결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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