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에 노조위원장 선거까지 겹쳐 관련논의 사실상 '올스톱'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연말을 맞아 은행권에서 명예퇴직자가 나오고 있지만 예년 대비 숫자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순실 게이트 등의 여파로 각 은행의 임단협 협상이 중단되면서 인위적인 감원도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연말을 맞아 각 은행들이 임금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도 시중 주요은행들은 희망퇴직‧명예퇴직 형식으로 은행원 약 1600명을 감원한바 있다.

   
▲ 연말을 맞아 은행권에서 명예퇴직자가 나오고 있지만 예년 대비 숫자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디어펜


올해의 경우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눈에 띄는 감원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농협은행에서 411명, 농협생명 8명, 농협손해보험 5명, 농협금융지주 1명이 퇴직을 신청했다(총 425명).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은 이달 31일자로 퇴직 조치된다. 농협금융은 작년에도 4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해 업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의 이번 희망퇴직은 1960년생의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는 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의 26개월 치가 지급된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들에게는 20개월 치가 지급된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이 희망퇴직 일정 진행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28일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광주은행원 총 98명이 명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달 14일자로 명퇴 조치된다. 광주은행은 직원들의 명퇴가 이뤄진 뒤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광주은행은 작년 연말에는 88명의 행원을 퇴직 조치한 바 있다. 만 40세 이상,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명예퇴직 해당자들에게는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평균임금의 31개월분이 지급된다. 또한 자녀교육비‧자녀 결혼축하금‧부모 경조사비 등이 지원된다. 

한편 기타 시중은행들은 연말 희망퇴직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은 이미 올해 한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지만 추가 일정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임금단체협상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단,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을 의사를 이미 밝혀둔 상태다.

희망퇴직 관련 사안은 통상 가을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융산업노동조합간 산별교섭에 의한 임금인상률 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개별 은행들이 이를 토대로 연말까지 임금인상률을 정하면 각 은행과 노조지부가 11월을 전후로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희망퇴직도 논의하는 패턴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금융노조를 둘러싼 굵직한 사안이 워낙 많아 임단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성과연봉제 확대 등으로 인해 사용자협의회-금융노조간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혼란이 길어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금융노조를 포함해 각 은행지부가 노조위원장 선거에 몰입하면서 임단협은 우선순위상 뒤로 밀려버린 형국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희망퇴직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되는 게 아닌가 예상한다"면서 "내년 초나 되어야 다시 희망퇴직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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