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규명 부진…더민주 박영선, 특검 임명 관련 국민의당 견제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가 30일 첫날부터 삐걱댔다.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증인이 불출석하는가 하면 증거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한 증·참고인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대검찰청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기관장의 증인 선서와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오전 한때 파행을 빚었다. 김수남 검찰총장·김주현 대검 차장·박정식 대검 반부패 부장이 국조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고, 좌석 마련도 돼있지 않아 야권과 여당 일부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들은 전날 ▲국회 증인 출석이 수사의 공정성·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관행 확립을 위한 점 등을 근거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대검을 뺀 나머지 기관들만 출석한 가운데 회의의 공식 진행을 의미하는 증인선서부터 시작하려 하자 여야 위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가로막으려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간사·이용주 국민의당 간사 대리 등이 '선(先)출석·후(後)증인선서'를 주장했고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는 불출석 사유에 동의, 당초 대검이 기관증인으로 채택된 것의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용주 의원은 특히 "대검은 기관보고 자료도 제출한 바 없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위원 다수는 대검 측의 불출석이 '국회 무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일명 '최순실 국\조특위' 첫 국정조사에 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김성태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 필요성을 들어 증인선서 후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일축했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논란이 멎지 않자 김 위원장은 국조를 20여분 중단하고 여야 교섭단체 간사들과 대검 출석 관철 여부를 논의했다. 이완영 간사가 일관되게 반대했지만 다수의 요구에 따라 김 위원장은 출석 요구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오전까지 나머지 기관 보고를 진행한 뒤 오후 중 출석을 요청한다는 방침이었다.

기관보고를 마친 뒤 오후에 재개된 국조장의 공기는 여야를 막론한 집중 추궁에 무거웠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최순실씨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상남개발 회장 등의 인물을 아느냐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했다.

조윤선 장관은 정무수석 시절 최순실, 김장자와 함께 정동춘이 운영하는 마사지샵을 간 것이 적발돼 특별감찰관 조사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장 의원의 의혹 제기에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조 장관은 K스포츠재단에 대해선 "특정 케이스의 경우 특정인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단이 운영됐단 점이 사후 밝혀지고 있다"며 "내부 감사 결과에 몇몇 사건에서 사실 관계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잔여 재산에 관해선 "모금 액수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잔여 재산을 동결할 것을 명하는 공문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보냈다"면서 "법원에서 재단설립 자체가 범죄행위와 관여돼 있다는 판단이 나오게 되면, 사법 판단에 의해 (남은 재산이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민법상 재단법인의 설립을 취소하거나 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그럴 때 잔여재산을 유사목적의 재단으로 이전하거나 국고로 귀속하는 방법이 있다"고 후속조치 의지를 드러냈다.

   
▲ 30일 국회에서 실시된 '최순실 국조특위' 첫 국정조사.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사진=미디어펜


최근 사임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이창재 차관은 검찰이 확보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국조특위에 제출해 달라는 도종환 더민주 의원의 요구를 "특검 수사도 진행되고 재판도 진행되는데 녹음파일을 제출하기는 어렵다"고 반려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육성이 담겼다는 녹음파일에 대해선 "그런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노골적인 회피성 답변도 나왔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삼성의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중요 자료인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했느냐고 한 공단 직원에게 물었지만 "원래 쓰던 휴대폰이 고장나 제출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의원이 '원래 쓰던 휴대전화는 어떻게 했느냐'고 되묻자 직원은 "그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박 의원은 "상식적으로 고장난 휴대전화라지만 쓰던 전화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은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도 냈지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합병 건을 상의했느냐는 질의에도 "어떤 상의도 없었다"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박 의원은 "허깨비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그런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민이 불쌍하지 않느냐"고 불출석한 김수남 검찰총장을 질타했다.

한편 뚜렷한 소득이 없는 국조가 계속된 가운데 박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에 대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심복인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을 양아들이라고 호칭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며 "국민의당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국민의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이용주 의원은 "특검법에 따라 특검 후보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당이 합의해 2명 추천하기로 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국민의당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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