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현금화가 용이한 외화 자산을 은행들이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외화LCR 규제가 내년부터 의무화 된다. 행여라도 있을지 모를 '달러 뱅크런'(외화자금 대량 유출) 상황에 대한 은행권의 대응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21차 정례회의를 개최해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외화 LCR)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시장 감시 지표로 활용된 외화 LCR이 이제부터 의무화되는 규제를 통과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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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화가 용이한 외화 자산을 은행들이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외화LCR 규제가 내년부터 의무화 된다. /연합뉴스 |
이제 은행들은 향후 30일간 순현금 유출액(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뺀 것) 대비 고(高)유동성 외화자산을 80% 이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유동성 외화자산에는 외국 통화나 선진국 국공채, 비금융 회사채 등 현금화가 쉬운 자산이 포함된다.
이미 지난 여름부터 외화LCR 규제는 예고돼 있었다. 지난 6월 중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는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해 은행들의 외화LCR을 2017년부터 공식 규제로 도입한다고 밝힌바 있다.
작년 7월 모니터링 형태로 첫 도입된 외화LCR의 현행 권고 비율은 50% 수준이다. 이 비율은 내년부터 60%로 올라가며 2018년에는 70%, 2019년에는 80%까지 순차적으로 올라간다.
기업‧농협‧수협은행 등은 외화 LCR를 내년 40%로 조정하되 2019년까지 매년 20%p씩 올려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 60%로 높여야 한다. 또한 외화부채 규모가 5억 달러 미만이고, 총부채에서 외화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인 은행, 외국은행 국내 지점, 수출입은행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1년에 5회 이상 이 규제를 맞추지 못하는 은행이 있을 경우 만기 30일 이내 콜머니를 제외한 신규 외화자금을 차입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바젤III보다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기준에서도 '권고사항'으로 되어있는 외화LCR 준수가 국내에서 '의무'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지만 국내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고려 가능한 규제라는 분석이 더 많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국제금융실장은 "신흥국으로서 국제적 금융위기에 대해 한 차원 높은 대비를 한다는 데에 이번 외화LCR 규제 도입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권 출범'과 기준금리 인상 등 미국발(發) 경제 불확실성 증대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외화LCR 규제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IMF 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시에도 국내 은행권은 외화 관련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
반복된 위기 상황 속에서 '체력'을 기르는 습관이 생긴 은행권의 표정은 상당히 여유롭다. 이번 외화LCR의 경우 이미 충분한 시간을 들여 예고된 규제인 데다, 외화자산 보유 현황 또한 좋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시중은행들의 평균 외화 LCR 비율이 이미 100%를 넘은 상태다.
KEB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당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훨씬 상회하는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월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 80% 이상의 외화LCR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또한 "현행대로라면 2019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외화LCR은 외화 관련 은행들의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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