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고객 한정‧취약계층 면제…"수익제고 목적 아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씨티은행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 중이다. 부정적 여론과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씨티은행은 수수료에 대한 설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해외 지점 일부에서 도입 중인 계좌유지 수수료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작년 말부터 도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여론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 씨티은행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박진회 은행장(사진)이 지난 1일 수수료 도입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씨티은행


금융소비자 단체들 역시 씨티은행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사실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수수료 인상(정상화)이 필수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 수익의 절대 다수를 순이자마진(NIM)이 설명하는 현 상황은 안정성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고 수수료 정상화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여론의 반발이다. 한국의 경우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과 같은 이슈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과 '계좌유지 수수료'라는 명칭이 오해를 가중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단지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과도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던 것.

씨티은행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1일 문을 연 청담센터 개관식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 박진회 은행장은 처음으로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공식화 했다. 

박 은행장은 "디지털 뱅킹으로 고객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 달라"며 "사회 취약계층은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씨티은행 측은 수수료 부과 대상을 '신규 고객'으로 한정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수익추구 관점이라기보다는 첨단 금융시스템으로 고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방침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브렌단 카니 씨티은행 수석부행장 역시 "수수료 수익을 높이는 것이 계좌유지 수수료의 도입목적이 아니다"라면서 "씨티은행과 관계를 심화시키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아직까지 약관 개정, 부과 기준, 수수료 액수 등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시기는 내년부터로 알려진 상황. 예고된 대로 성년 이상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일정 금액 이상 보관하는 고객,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과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면제 조건이 상당히 넓은 편임에도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 단체 한 관계자는 "첨단금융으로 가는 기회를 꼭 수수료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면서 "은행권 전반에 수수료 인상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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