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서해안·중부 내륙서 10건넘게 AI의심신고…'수평감염' 양상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전날(4일)부터 서해안과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10건을 넘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 방역 단계는 이미 최고수준인 '심각'에 이르렀지만, 방역망이 무력화돼 전국 가금류 농가가 초토화되는 형국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일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하면 이날 전북 정읍시 고부면 일대 3곳의 농장에서 육용오리 200마리가 폐사해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해당 농장들은 4일 AI 양성반응이 나온 정읍시 용흥리 오리농장의 방역대(3㎞ 이내) 안에 있다. 전북도는 고병원성이 의심되는 용흥리 농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 작업을 벌이는 한편 추가 신고된 3곳에 대해선 간이검사와 함께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같은날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산란계 농가(1만마리)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간이검사 실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경기지역은 4일에도 이천시 설성면의 산란계 농가(9만5000마리)와 포천시 영북면의 산란계 농가(3만5000마리)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도는 예방 차원에서 해당 농가의 닭을 모두 살처분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틀 전인 3일은 경기 양평군 내에선 처음으로 지평면의 육용오리 농가(4000마리)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이번에 AI 확진 판정이 나면 2006년 11월 24일 개군면 닭 농가에서 저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10년 만의 재발이다.

충청권에서도 AI 의심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 국내 처음으로 H5N6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봉강천 부근 보성리 산란계 농장에서 이날 오전 54주가량 된 산란계 5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간이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다. 이 농장에서는 닭 12만6000마리를 기르고 있다.

충남도는 이 농장에 대한 긴급 방역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반경 10㎞ 이내에서 사육 중인 닭과 오리·메추라기·거위 등 모든 가금류와 계분 등 오염물질에 대한 이동 제한조치에 착수했다.

천안에선 4일 오전에도 풍세면 용정리의 산란계 농장에서 닭 500여마리가 폐사해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4만3000마리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말까지 산란계 양계장에 AI가 발생한 아산도 전날 종오리 7776마리를 사육 중인 선창면 대흥리 농가에서 AI 양성 반응을 보여 모두 매몰했다.

충북에선 4일 음성군 삼성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닭 150여마리가 무더기로 폐사, 간이 검사한 결과 AI 양성 반응이 나왔다. 충북도는 시료를 채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하고, 농장 닭 12만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키로 했다.

이 농장 주변엔 닭 30만여 마리를 키우는 양계 농가 3곳이 있다. 도는 이들 농장의 예방적 살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36건 가운데 고병원성 확진은 4일과 같은 26건이다. 나머지 10건은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지역별 고병원 AI 현황을 보면 충북 10건(음성4, 진천3, 청주2, 괴산1), 경기 7건(안성1, 양주1, 이천2, 평택1, 포천1, 화성1), 충남 3건(아산1, 천안2), 전남 4건(나주1, 무안1, 해남1, 장성1), 전북 1건(김제), 세종 1건, 강원 1건(철원) 등이다.

지자체별로는 7개 시·도, 19개 시·군 69개 농가에서 확진됐다. 

확진 및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127개 농가 383만3000마리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향후 30만마리 이상을 추가로 살처분할 계획으로 조만간 400만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AI 확산세가 유지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방역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AI 초동 진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중부권 가금류 산지인 충북의 경우 AI 피해가 오리에서 닭으로 번지고 있고, 초기 철새에 의해 전파되던 경로가 '감염 농장-인근 농장'으로 수평 확산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어서다.

이미 17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음에도 철새 접촉 차단과 오리농장 감염 예방에만 초점을 맞췄던 충북의 AI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AI 바이러스가 오리에서 닭으로 빠르게 번지자 충북도는 뒤늦게 산란계 농장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38개의 이동 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충북 지역 방역 초소는 거점소독소 23곳, 통제초소 54곳 등 77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산란계나 종계의 경우 농가별 사육 마릿수가 꽤 많고 값도 비싸 살처분 확대를 신속히 결정하지 못한다"며 "이들 농장의 방역 상황을 일일이 지켜보지 못하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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