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9대 그룹 총수들은 쏟아지는 공세에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 동안 90% 가량의 질문세례를 받으며 진땀을 뺐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는 재계의 우려답게 진실규명에 집중하기 보다는 총수들에 호통치고 망신 주는 '면박 청문회'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이번 청문회는 TV 생중계 됐다. 내로라 하는 재벌 총수들이 한꺼번에 생방송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기업 총수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면박주기 관행은 여전했다. 청문회 자리가 국회의원들의 ‘쇼맨십 자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을 한데 모은 이번 국조위 청문회는 주요 외신들도 집중하고 있다. 망신주기 식 청문회에 그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 역시 실추된 것으로 우려된다.
의원들의 엉뚱한 소리, 말 자르기, 윽박지르기, 호통 치기 행태에 총수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한 모습도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
먼저 청문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망신주기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에게 연쇄적으로 질문이 들어오자 바짝 긴장한 채로 답변했지만, 호통을 치는 듯한 질타가 이어질 때는 난감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답변 중간 중간에는 입술을 굳게 다물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 당혹해 하는 표정이 표출되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아는게 뭐가 있냐”며 “글로벌 회사라는 삼성의 주주, 부회장이 이 자리에 나와서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냐”며 호통 쳤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떨어진다며 질책한 것이다.
이어 박영선 의원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 하는 것이 버릇이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나이를 물으며 “50세도 안된 분이 의원들, 국민들 앞에서 우롱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 등을 상대로 “앞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국민께 약속하라”고 집중 추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저 자신도 부족한 게 너무 많고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 부회장의 말을 미처 다 듣지 않고 재차 질문했고 끝내 대답을 듣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승철 전국경제인 연합회 부회장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안 의원은 재벌 총수들을 향해 “여기 계신 증인들 중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분은 손 들어 달라”고 물었다.
해당 질문에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손을 들었고, 안 의원은 그를 향해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라고 나무랐다.
청문회 참석 증인 중 최고령자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원들은 질문을 해놓고 답변을 듣지 않고 말을 끊은 채 다른 증인에게 질문을 넘기기도 했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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